재판부 “검찰, 압색·증거추출 절차 위법..증거능력 인정못해”
윤석열-한동훈-이복현 등 특수통 라인이 수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회장 등 피고인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사진=문기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회장 등 피고인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사진=문기수 기자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과 관련해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들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채 만들어져 증거능력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위법한 증거로는 범죄에 대한 증명을 할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 등 14명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어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2020년 4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선고하게된 이유로 ‘증명의 부재’를 손꼽으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의 대부분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2019년 5월7일 압수수색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8테라바이트(TB) 백업서버 및 2019년 5월3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NAS(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 서버에서 전자정보를 추출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거은닉의 혐의로 피의자가 은닉한 저장장치 및 그속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임의 제출된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전자정보에 대한 탐색·복제·출력 과정을 거쳐야 하고, 범죄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인위적인 복제에는 적절한 조취를 취해야 한다”며 “이사건에서는 그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위법하며, 따라서 해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고, 서버에서 추출된 증거들 역시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밖에도 ▲장충기 실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된 문자 메시지에서 나온 정보에 대한 선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범죄혐의와 관련성 없는 회계장부를 삭제 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라고 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12월 당시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과 이복현 부장검사(현 금융감독원장) 등의 주도로 수사에 착수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오른 뒤인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의혹에 대해서는 “이 사건 합병은 2015년 3월에서 5월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와 미전실 협의, 양사 합병TF의 검토를 거쳐 이사회의 실질적인 검토의결을 통해 추진됐다고 본다”며 “이 사건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이사건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미전실의 전략적인 결정하에 진행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정농단 재판에서 당시 대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판단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단은 미전실이 주도적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승계작업을 진행해왔다는 것이지, 물산 경영진을 배제하거나, 이사회의 의지에 반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가 위법하고, 부당하다거나 이 사건 합병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이 사용됐다거나, 물산과 주주들의 이익을 편취하거나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삼성증권 리테일판매 조직을 동원해 진행된 주가를 조작하고, 물산에 유리한 합병날짜를 선정하고, 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을 선정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합병시점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게 산정됐고, 이 때문에 물산 주주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 측이 회계기준에 맞게 회계를 처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도 콜옵션의 존재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지배한다고 봤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콜옵션에 대한 회계적 판단을 변경해 삼바가 삼성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도 삼성에피스의 지분가치를 3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부풀리기 위함이라고 판단했다.

삼성 측은 콜옵션이 바이오시밀러제품 엔블의 유럽 판매허가가 나오게 된 이후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된 2015년이 돼서야 바이오젠과 삼바 간의 콜옵션이 실질적인 권리로 바뀌었고, 지배력 변경(단독지배→공동지배)을 공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회계조작은 하지 않았고 모든 과정은 회계법인들과 삼바, 삼성에피스 회계 담당자들의 상의하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재판부는 회계조작의 근거가 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 변경과 관련해 “2012~2014년까지는 삼성에피스와 바이오젠 사이에 체결된 콜옵션이 실질적인 가치가 없었기 때문에 양사간 합작 투자 계약 자체로 2014년 이전까지 삼바와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를 공동 지배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정보 이용자들의 단계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목적에 적합하고 중요한 정보를 공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이 김신 전 삼성물산 사장 등 일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이 허위진술을 했다고 단정할수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시세조종, 이 과정에서 벌인 업무상 배임, 삼바 분식회계 등을 주도하거나 방조한 혐의를 적용했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에서 이재용 회장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 상속세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변칙적인 방법을 강구하다 이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 회장은 결심 공판에서 “합병과정에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이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상상한 적도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8.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를 통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2020년 9월1일 이복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JTBC 방송 캡처
2020년 9월1일 이복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JTBC 방송 캡처

다음은 삼성물산-제일모직 사건 수사 및 재판 일지. 

◇ 2015년

▲ 5월 26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이사회에서 합병 결의 발표

▲ 5월 27일 = 엘리엇, 주주자격으로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의사 통보

▲ 7월 17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임시 주주총회 개최. 합병안 가결.

▲ 7월 17일~8월 6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 9월 1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 12월 =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

◇ 2016년

▲ 11월 10일 = 삼성바이오 유가증권시장 상장

▲ 12월 = 참여연대·정의당 심상정 의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제기

◇ 2017년

▲ 1월 12일 = 국정농단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 피의자 조사

▲ 1월 19일 = 이재용 회장 1차 구속영장 기각

▲ 2월 17일 = 이재용 회장 2차 구속영장 발부

▲ 2월 28일 = 특검, '국정농단 의혹' 이재용 회장 등 17명 기소, 수사 마무리

▲ 7월 12일 = 엘리엇,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재신청서 제출. 한국 정부 상대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제기하며 7억7천만달러(9천871억4천만원·달러당 1,282.5원 기준)의 국가 배상 요구

▲ 8월 25일 = 법원, 이재용 회장 국정농단 사건 1심 징역 5년 선고

◇ 2018년

▲ 2월 5일 = 이재용 회장, 2심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받고 석방

▲ 7월 19일 = 참여연대,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혐의로 검찰 고발

▲ 11월 20일 = 증권선물위원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고발

▲ 12월 13일 = 검찰, 삼성바이오·삼성물산 압수수색

◇ 2019년

▲ 5월 16일 = 검찰,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압수수색

▲ 8월 29일 = 대법원, 이재용 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 12월 9일 = 법원, 삼성 임직원들 증거인멸 혐의 1심 유죄 선고

◇ 2020년

▲ 5월 = 검찰, 이재용 회장 1·2차 소환 조사

▲ 6월 2일 = 이재용 회장,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

▲ 6월 4일 = 검찰, 이재용 회장 등 3명 주식시세 조종·분식회계 혐의 구속영장 청구

▲ 6월 9일 = 이재용 회장 등 3명 구속영장 기각

▲ 6월 11일 =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이재용 회장 사건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결의

▲ 6월 12일 =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 6월 26일 = 대검찰청 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

▲ 9월 1일 = 서울중앙지검, '삼성 부당 합병·승계 의혹' 이 회장 등 11명 불구속 기소

◇ 2021년

▲ 1월 18일 = 법원, 이재용 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징역 2년 6개월 선고. 법정구속

▲ 8월 9일 =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개최. 이재용 회장 가석방 결정

◇ 2022년

▲ 8월 12일 = 이재용 회장, 8·15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 경영활동 복귀

◇ 2023년

▲ 6월 20일 = PCA, 한국 정부→엘리엇 690억원 배상 판정

▲ 11월 17일 = 검찰, '삼성 합병·승계 의혹' 이재용 회장에 징역 5년, 벌금 5억원 구형

◇ 2024년

▲ 2월 5일 = 법원, '삼성 합병·승계 의혹' 이재용 회장에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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