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삼성그룹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 분석 좌담회
김종보 "자본시장위법 위반 명확.. 1심 재판부 모순된 판단"
김남근 "삼바 회계사기 의혹 1심서 규명안된 부분 많아"
박상인 "증거능력 판단 의문.. 이재용 승계라는 맥락 무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에게 무죄가 선고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판결에 대해 학계와 법조계 인사들이 '상식과 맞지 않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21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박용진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1심판결 분석 좌담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좌담회에는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겸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종보 변호사, 김남근 변호사, 김남주 변호사, 류신환 변호사,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이 참석했다.

참석한 교수와 변호사들은 1심 판결문에 대해 ▲증거능력 판단의 부당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목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위법성 ▲승계작업에 대한 판단이 대법원 판례와 상충하는 부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 사건에 대한 판단 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우찬 교수는 “1심 판결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며 “23개의 공소사실 모두 무죄로 된 것과 앞서 나온 두 개의 대법원 판례와 이번 판결 내용이 배치된다는 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서버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의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법리, 논리 구성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다행스러운 부분은 검찰이 항소를 하기로 했고, 아직 2심이 남아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김종보 변호사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김종보 변호사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김종보 변호사 겸 참여연대 경재금융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에서 자본시장과금융투지업에관한법률 위반 핵심 공소사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목적의 허위성 여부’다”며 “사실상 목적은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인데, 마치 사업적 목적이 있어서 합병을 한 것이라고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심 재판부가 합병의 ‘목적’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2015년 4월 당시 삼성물산이 성장 모멘텀의 부재 등으로 인한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었다는 점을 주요하게 고려했는데, 물산이 경영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합병을 하는 것이라면, 물산이 모직에게 합병을 제안해야 맞는 것이다. 당시 잘나가던 모직이 경영상 위기에 빠진 물산에게 합병을 제안할 사업상 이유가 없다. 합병 시너지 보다는 바이오 사업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나은 판단이다"며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우연의 우연을 인정하는 결과”라며 “미래전략실은 오래전부터 2015년 중 삼성물산-에버랜드 합병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제일모직(에버랜드)이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하길래 긍정적인 사인을 보냈고, 우연히 그 시기가 2015년 상반기 였던 것이다. 제일 모직이 패션부분을 양수한 것은 2013년 9월인데 1년반이 지난 시점에서 글로벌 경영을 위해 물산과 합병하겠다는 것이었고, 우연히도 미전실의 의도와 맞아 떨어졌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해버렸다”고 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의 위상을 외면한 점도 재판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상장도 미전실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는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같이 중대한 사안을 모직-물산 각 계열사가 각자 판단했다는 것은 기초적 사실관계를 무시한 판단”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삼성 측 인물들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 부분도 문제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는 ‘삼성물산 관계자들은 미전실에서 종래 모직과 물산의 합병에 대해 검토했다는 점에 대해 당시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2014년 에버랜드 상장 전부터 에버랜드-물산 합병설은 시장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었다. 재판부가 인용한 각종 증권사 리포트에도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삼성관계자들이 ‘미전실이 모직-물산 합병을 검토하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1심 재판부가 합병의 동기나 목적에 대해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되었더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측이 합병의 목적에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기재하지 않고, 더 나아가 ‘모직-물산 합병은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와 무관하다’라고 한 것이다. 무관할 수 없는데 무관하다고 거짓말한 것이 자본시장법 위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의 ‘승계작업’에 관한 판단 역시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앞서 대법원은 최서원(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 승계작업에 대해 명확히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을 왜곡해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2019년 8월29일 선고된 최서원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사건 판결에서 삼성 승계작업에 대해 “피고인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보험에 대하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을 가리킨다. 이러한 승계작업은 성질상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이유 설시 한 바 있다.

2022년 4월14일 선고된 일성신약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피고인 이재용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승계자로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소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보험에 대한 피고인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갖고 미전실을 중심으로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 이 사건 합병도 이러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최서원 사건에서 대법원은 승계작업이 ‘성질상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는 이재용의 지배권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합병여부, 합병비율, 합병일정 등 구체적인 상황이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라는는 말이지, 승계작업 자체가 가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에 어긋나게 미전실 문건에 적힌대로 되지 않았으니, 미전실이 모직-물산 합병을 전단적으로 결정해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재용 회장과 미전실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모직-물산 합병을 추진했다는 점은 최서원 사건, 이재용 뇌물사건, 박근혜 뇌물 사건에서 모두 인정된 사실관계이며, 이를 부인할수도 없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미전실이 모직-물산 합병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기만 했고, 합병이 4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된 것이 오로지 모직과 물산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재용 회장이 국민연금의 합병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까지 주었던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며 “1심 재판부는 이재용·박근혜 뇌물 사건(국정농단 사건)의 의미를 전혀 심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에 관한 1심 판단 역시 부당하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형사 판결에서 1대 0.35의 합병비율이 국민연금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한 적이 없다. 다만, 적정 합병비율에 대한 증명이 완벽하지 않아 1대 0.35 합병비율과 적정 합병비율 간의 손해액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이를 간과하고 그저’ 합병비율 차이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일성신약 사건에서 법원은 1대 0.35라는 합병비율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당시 재판부 판단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은 1대 0.418 이었다.

엘리엇의  투자자-국가소송(ISDS) 중재 판정부가 홍완선 전 본부장 사건 판결을 인용했고,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행위가 엘리엇 투자를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한다고 판단한 부분도 거론됐다.  

김 변호사는 "이번 1심 판결이 고착화되면 손해는 정부와 국민이 입게 된다. 1심 무죄판결이 2심, 대법원에서도 이어지면, 정부는 ISDS에 물어준 금액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김남근 변호사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 역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에피스가 사업을 통해 이익을 크게 올리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도 아닌데, 단지 회계처리 기준의 적용 변경만으로 장부상 3000억원인 에피스의 주식가치가 4조8000억원으로 평가되어 4조5000억원의 종속회사 주식 처분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 크게 어긋나다”며 “문제의 발단이 된 콜옵션의 가치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은 서로 다른 판단과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도 1심 판결에서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 사건 주요 증거인 삼성바이오 및 삼성에피스의 서버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서버 하드웨어와 내부에 들어있는 콘텐츠 모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어야 했지만, 검찰이 그 부분을 간과했다. 검찰의 미숙함이 문제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2024년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겸 경제실천연대 재벌개혁위원장은 “1심 재판부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에도 의문이 가지만, 인정한 증거 내에서도 판결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른다”며 “1심 법원은 이재용의 승계라는 맥락을 외면함으로써 굉장히 왜곡된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판결을 내린 판사가 법복을 벗은 뒤 어디로 가는지 감시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과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들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1심 판결 후 사흘만이 8일 오후 항소장을 접수했다.

이 사건 수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주도로 진행됐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