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2.14 /연합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2.14 /연합

[포쓰저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14일 증거인멸교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와 안중현 전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김 전 대표가 2018년 5월 5일자 회의에서 김 부사장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회의 말미에 자료삭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는 김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김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도 김 전 대표가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진술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2018년 6월에도 증거인멸 관련 내용이 김 전 대표에게 보고됐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게 일반적인데 김 부사장은 조사가 진행될수록 진술이 구체적으로 변했다"는 등의 이유로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김 전 대표는 삼성바이오 상장 과정에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삿돈 47억원을 횡령하고,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액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 2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는데 이 부분도 무죄로 판단됐다.

김 전 대표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어서 유죄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18테라바이트(TB) 분량의 백업 서버가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이들 증거는 같은 재판부가 5일 선고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에도 제출됐지만 당시에도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3700여개에 이르는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동중 부사장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김동중을 포함한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련자료를 삭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김 전 대표에 징역 5년, 김 부사장에게 징역 4년, 안 전 부사장에게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