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李, 골드만삭스서 모직-물산 합병 방안 들어"
골드만 측 "평범한 논의 ..이재용 개인 위한 것 아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4일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합병 재판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의논하는 등 승계 프로젝트를 사실상 진두지휘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증인신문을 통해 집중 추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옛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장충기 차장·김종중 전략팀장·이왕익 전략1팀 임원·김용관 전략1팀 임원, 삼성물산 최치훈 이사회 의장·이영호 전 건설부문 대표·김신 전 상사부문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전 대표·김동중 전무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2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사 IB부문 대표인 정씨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비공식 자문을 진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 2월 18일 정 대표와 크리스 타일러 골드만삭스 IB부문 회장 등이 직접 이 부회장을 만나 미팅을 진행하고, 삼성생명 매각 등을 통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자문을 진행했다.

이날 정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2014년 5~ 6월 사이에 골드만삭스에서 골드만삭스측이 이 부회장에게 에버랜드(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정황이 나왔다.

검찰은 “골드만삭스가 에버랜드-삼성물산 합병 이유에 대해서 지배구조에서 취약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필요하다고 분석한 리포트 내용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내준 적이 있지 않냐”고 정 대표에게 물었고  정 대표는 “(기억)안난다”고 했다.

검찰은 이런 정황에 비추어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물산 합병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내용이 들어있는 프로젝트G문건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은 사실과 배치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6월3일 4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삼성증권 한모 팀장은 프로젝트G는 미전실과 논의했을뿐, 지시 주체는 모른다고 증언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가 2011년에도 미전실과 프로젝트G 내용을 두고 수차례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2011년 11월11일 골드만삭스와 미전실이 논의한 자료에는 ‘M사와 합병시 고려사항’, ‘합병비율과 합병시기’ 등의 내용이 나온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골드만삭스와 미전실, 이 부회장 등이 에버랜드 상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을 논의해왔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해당 문건에 대해 “실무진이 작성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합병에도 통용되는 문구”라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을 논의한 것은 이재용 등 대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검찰은 당초 2013년 미전실이 삼성증권과 논의해 프로젝트G를 작성한 뒤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직접 만나 논의를 했던 크리스 타일러 골드만삭스 IB부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가능할지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골드만삭스를 통해 조사를 요청했는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크리스 타일러 회장에 대해 “몇년 전에 골드만삭스를 떠났다. 지금은 부티크 회사를 차려서 일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11일 공판에서 정 대표에 대한 이 부회장 측의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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