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볍비율보고서 작성 吳모 당시 안진회계법인 상무 증인신문
吳 "합병비율 맞출수 없다고 하자 삼성물산 담당자가 역정"
검찰 "1대 0.35 합병비율 정당화 위해 조작된 보고서 작성 지시"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한 보고서의 관련 수치가 이를 작성한 안진회계법인 간부를 통해 삼성의 입맛에 맞춰 조작됐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3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장충기 차장·김종중 전략팀장·이왕익 전략1팀 임원·김용관 전략1팀 임원, 삼성물산 최치훈 이사회 의장·이영호 전 건설부문 대표·김신 전 상사부문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전 대표·김동중 전무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2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검은 정장에 옅은 보라색 넥타이를 메고 새해 첫 공판에 출석했다. 법정 들어선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깊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 도중 옆자리에 앉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오모 전 안진딜리이트 회계법인 상무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오 전 상무는 2015년 안진회계법인 VSD팀 소속으로 삼성물산의 입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가 속한 VSD 팀은 법인에 대한 평가업무를 주로 하는 부서였다.
그는 이날 증언을 통해 자신이 작성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는 충분한 자료 검토 없이 작성됐고, 보고서가 이사회에 제출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자 하는 안진회계법인과 반대된 입장을 피력하는 등 안진과 뜻이 맞지 않다가 2020년 결국 퇴사했다고 말했다.
오 전 상무는 2015년 5월경 주가에 따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을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오 전 상무는 “5월21일 보고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에 대한) 평가금액과 합병비율 간에 괴리가 있어 (삼성이 원하는) 합병비율을 맞출수 없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를 받아본 삼성물산 담당자인 우모 부장은 “쓸데 없는 일을 한다”며 역정을 냈다고 했다.
오 전 상무는 같은날 미전실과 안진회계법인 삼성어카운트부문 정모 부대표와의 의사소통 이후 당초 합병비율이 잘못됐다는 주장에서 물러나 보고서를 다시 작성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오 전 상무는 “정 부대표는 삼성의 업무수임 우려했고, 나는 사후에 미칠 영향을 생각했다.(합병비율 검토 보고서가) 내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어카운트 부문은 안진회계법인 내에서 삼성 계열사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부서였다.
검찰은 “5월22일 보고서를 보면 전날(21일)과 달리 평가를 맞춰 보고서를 보냈다. (수치가 달라진) 보고서를 보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오 전 상무는 “미전실에서 한번 더 해보고 이슈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여러 사항을 확인해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합병비율에 부합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오 전 상무가 22일 보고서에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21일 16조원에서 23조원으로 높여 높게 평가 ▲삼성물산 건설부문(2.9조원) 대비 10분의 1수준의 매출을 내는 제일모직 건설부문의 가치를 2.4조원으로 높게 평가 ▲ 제일모직의 바이오 부문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계획을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가치를 반영 ▲2014년 12월31일 기준으로 광업권이 1조원 이상이었던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가치를 0.4조원으로 낮춰 계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합병비율검토보고서를 삼성의 입맛에 맞춰 수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인 1대 0.35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안진회계법인에게 조작된 합병비율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담당자는 반대했음에도 안진회계법인의 수뇌부는 삼성과의 관계를 우려했고, 그 결과 삼성의 입맛에 맞게 보고서가 다시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20일에는 오 전 상무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 측의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 [삼성물산 불법합병 의혹] 골드만삭스 '합병 시너지' 설명서 '조작' 공방
- [삼성물산 불법합병 의혹] 삼성증권 당시 직원 “합병은 승계 위한 것”
- [삼성물산 불법합병] 이재용- 골드만삭스 만남 두고 공방 지속
- [삼성물산 불법합병] 이재용은 왜 골드만삭스를 만났나
- [삼성물산 불법합병] "제일모직 주가조작 안했다" 적극 반박
- [삼성물산 불법합병] 檢 "7분만에 주가 2천원 상승? 수상하다"
- [삼성물산 불법합병] 제일모직 주가조작 정황싸고 공방
- [삼성물산 불법합병] 검찰 증거 7천쪽 추가...이재용측 반발
- [삼성물산 불법합병] '한동훈' '끝까지 부인'..삼성증권 팀장 메모 공방
- [삼성물산 불법합병] 삼성증권 PB 동원해 '의결권 확보' 정황
- [삼성물산 불법합병 의혹] 삼성 "'합병비율 조작' 주장 증인 진술 부정확"
- 삼바, 바이오젠 '주주동맹' 10년만에 청산..주가 4% 급등
- '삼성물산 합병비율 보고서' 공방..檢 "가치 없다더니 해외선 적극 활용”
- APG 박유경 "합병 당시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 아무런 역할 못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