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 성과급 제도 비판..전삼노 노조 집행부도 성과급 인상 요구 전망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성과급 제도의 불투명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경영진에게 공식 서한을 보냈다.
초기업노조는 2일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이 회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에게 전달했다.
노조는 공문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경제적부가가치)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EVA 방식 기준은 정작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업이익이 높더라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은 0원이 될 수 있으며, 상한선까지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성과급 개선 TF 운영도 문제 삼았다. 노조는 “회사는 성과급 개선 TF를 운영해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발표된 성과는 전혀 없었다”며 “결국 이는 또 하나의 ‘사탕발림 쇼’였음을 모든 직원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노조는 “사내 게시판을 봐도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지 못해 이미 바닥에 와 있다”며 “‘삼류라고 생각하고 다니자’, ‘삼성전자는 답 없다’, ‘어차피 안 바뀌니 받아들이자’라는 말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정말로 직원을 생각하는 경영진이라면 성과급 개선 TF가 아닌 이익 TF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 관련해서 회사에 요구할 것이 없다. 아무리 요구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삼성전자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실망을 넘어, 허탈함과 냉소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직원들에게 신뢰를 보여주기엔 늦었지만, 늦었더라도 최소한 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사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2024년 출범한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DX노조 ▲삼성전기 존중지부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5개 노조가 연합해 결성됐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약 2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이번 공문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노사 협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을 마련한 직후 발송됐다. SK하이닉스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의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전삼노도 새 집행부를 꾸리고 성과급 개선 요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삼노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한기박 기흥지부장(기호 1번)을 제4기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한 위원장은 50.48%를 득표해 49.52%를 얻은 김의신 평택대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불과 0.96%포인트였다.
1일 기준 전삼노의 총 조합원 수는 2만8679명이다. 전임 3기 집행부가 일부 노조 간부(전임자) 대상의 임금인상률을 포함한 임금 단체협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합원 수가 빠르게 줄었다.
앞서 전삼노는 성과급 TF를 통해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지급 최대 한도(연봉의 50%)를 해제하고, 초과 이익분 발생 시 별도 제한 없이 지급하는 방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또 목표달성장려금(TAI)의 상한을 현행 100%에서 150%로 높이는 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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