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TV·가전 총체적 위기..1위 자리 '흔들'
삼성물산 합병 연말경 선고...사법리스크에 지배구조 개편도 과제

[포쓰저널]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이 27일로 취임 1년을 넘겼지만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기만 하다.
공교롭게 그의 회장 취임과 동시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 하강 사이클에 휩쓸려 역대급 바닥을 경험하고 있다.
영원한 1등일 것 같던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엔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 규모까지 현대차·기아에 추월당했다.
다음 도약대로 지목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는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언제 성과가 날 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메모리 반도체마저 미·일 연합세력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일시 꺽인 것이 그나마 위안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또 다시 대형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삼성물산 불법 합병 의혹 건으로 또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됐다.
11월 17일 이 회장 형량에 대한 검찰 구형이 예정돼 있고 연말 경에는 법원의 판단도 나올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2주기 기념 사장단 간담회에서 '엄중한 현실, 냉혹한 시장'을 언급하며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임 일성을 전했지만, 올해는 별도의 취임 1주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끈 건 2014년 5월 선대회장 와병 이후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
2020년 12월 부친 사후에는 '더 크고 강한 기업'을 넘어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의 기업가 꿈을 밝혔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삼성 메모리사업부는 상반기 14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라서라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급격히 꺾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동종업계 업체들과 비교해도 부진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77.88% 줄어든 2조4000억원, 매출액은 12.74% 감소한 67억원에 그쳤다.
경쟁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가 3분기 영업이익 8조8400억원, 매출액 22조8697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24.9%, 10.8% 감소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3세 승계와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수치로 증명해 내고 있는 국내 현대자동차, LG전자와도 비교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영업이익 면에서 현대차·기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은 삼성전자보다 6조원 많았고 영업이익은 4.6배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마진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D램 사업부문에서 2개 분기 만에 흑자를 냈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을 포함한 D램 3강 가운데 첫 흑자 전환이다.
세계 1위 제품인 스마트폰과 TV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보다 1% 줄어든 가운데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20%로 2%p 감소했다. 애플의 점유율은 지난해 18%에서 17%로 1%p만 하락하며 삼성과의 격차를 줄였다. 샤오미 14%, 오포 9% 등 중국 업체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은 2분기 중저가 제품 라인업 갤럭시A와 M 시리즈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 프리미엄 폰에서 애플에 밀리며 수익성은 애플의 7분이 1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31.2%로 1위를 차지했지만, 수량 기준 점유율에서는 19.3%에 그쳤다. TCL 12.4%, 하이센스 11.7% 등 중국 업체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가전도 LG전자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삼성 16개 상장사중 지난해 10월 27일보다 시가총액이 늘어난 기업은 8개사로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SDI(37.83%↓) 삼성생명보험(28.62%↓), 삼성물산(12.94%↓), 삼성바이오로직스(12.18%↓), 제일기획(18.48%↓), 에스원(8.64%↓) 등이 줄었다. 16개사의 총 시가총액은 575조58억원으로 2.6% 느는데 그쳤다.
올해로 취임 3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5주년을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4차산업혁명과 전기차, AI(인공지능) 시대라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양적, 질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사법 리스크’는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영을 화두로한 다른 오너들의 메시지와 달리 이재용 회장은 상생 등 재판을 고려한 메시지를 주요 화두로 내놓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이 취임 1주년 하루 전날인 26일 별도의 이 회장 메시지 없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선임사외이사'도입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돼 3년 넘게 재판을 받으며 거의 매주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1심 판결에서 유죄가 나오면 경영 활동에 또 차질이 우려된다.
못다한 승계 작업 완성을 위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과제도 이 회장의 짐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 등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부진-이재용-이서현 삼남매의 계열분리 작업도 남아있다.
삼성은 2017년 2월 해체된 미래전략실을 대체할 삼성그룹의 새로운 컨트롤타워 부활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그룹’이라는 명칭은 공식적으로 쓰지 않지만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사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준법문화 정착 ▲노조 활동 허용 등 노사문화 개선 ▲4세 승계 포기 등을 직접 밝혔다. 같은 해 12월에는 '더 크고 강한 기업'을 넘어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했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취임에 앞서 지난해 5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연구개발) 등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향후 5년간 국내 360조원 등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 투자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한다. 2042년까지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로, 메모리 '초격차'를 넘어 '미래 초격차' 달성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통신, AI(인공지능), 로봇, 슈퍼컴 등 미래 신기술에 대한 R&D(연구개발)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을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 '승어부(勝於父)'를 이뤄내겠다는 이 회장의 포부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선대회장의 ‘신경영’에 버금가는 강한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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