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코스피 5000 시대'는 자본시장에 대한 비전이자 개혁 의지의 상징이다.
그러나 최근 검토 중인 2025년 세법 개정 방향을 보면 그 약속은 시장에서 꿈꾸게 하되 세금으로 발목을 잡겠다는 모순된 신호로 읽힌다.
정부는 최근 배당소득 분리과세 축소,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 등 일련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모두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증세 신호'로 작용하는 조치들이다.
특히 대주주 기준을 현재의 종목당 50억원 보유에서 10억원으로 환원하는 방안은 시장 참여자들이 "또다시 연말 매도 폭탄이 재현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지점이다.
대주주 기준이 낮아지면 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가 급증한다.
문제는 이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과세 기준일 직전에 대규모 주식 매도를 단행한다는 점이다.
실제 2022년 12월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이던 시절 하루 동안 개인 순매도액이 무려 1조5000억원을 넘은 적도 있었다.
주가는 급락했고 그 피해는 세금과 무관한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이는 소득 역진성이 매우 높은 대표적인 '시장 왜곡적 증세'의 전형이다.
여기에 증권거래세율 인상 가능성도 논란이다.
현재 0.15%인 세율을 0.18%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수익과 무관하게 매도 시점마다 무조건 세금을 부과하는 대표적인 비효율적 간접세다.
증권거래세는 이미 소득세가 아닌 거래세인 만큼 투자 심리를 제약하고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세금 목적보다 '거래 저해 효과'가 더 큰 세목이라는 얘기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기준 전체 세수의 75% 이상을 개인 투자자가 냈다.
그럼에도 이를 더 올리겠다는 발상은 코스피 5000을 내걸며 "개인 투자자 중심의 자본시장"을 강조한 정부의 약속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물론 '부자 감세 환원'이란 명분은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 완화됐던 대주주 요건이나 거래세율 인하를 '정상화'하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제는 이 조치들이 가져올 시장 왜곡과 투자 심리 위축이라는 부작용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증세는 소수의 초부유층을 겨냥한 정밀 과세가 아니라 광범위한 시장 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세 강화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때, 단순한 지수 상승이 아닌 시장 참여자에 대한 신뢰 회복과 구조개혁을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자산가 증세'라는 정치적 구호 뒤에 숨은 개인 투자자 증세로 귀결되고 있다.
시장의 역동성을 키우기보다 세원 확보의 수단으로 전락한 자본시장을 보면, 이것이 과연 진정한 '코스피 5000 시대'를 여는 방식인지 의문이 든다.
주식시장은 결국 투자 심리로 움직인다.
정부여당이 증세 본능을 거두지 않는 한, 이재명 대통령이 아무리 증시 부양을 외쳐도 시장은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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