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3일만에 첫 정상 통화
"양국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관세 합의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
15∼17일 캐나다 G7 서밋 계기 만날 가능성
24∼25일엔 네덜란드서 나토 정상회의 열려

[포쓰저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인 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 발전에 협력하고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
쟁점 현안인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양국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약 20분 동안 전화 통화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외국 정상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6개월 동안 사실상 정지 상태였던 정상외교가 이날로 재가동에 들어간 셈이다.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이 대통령은 사의를 표한 뒤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강 대변인은 "두 대통령은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두 대통령은 한미 간 관세 협의와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방미 초청을 했으며 이 대통령은 "한미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화답을 했다.
강 대변인은 "두 대통령은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 방문 계기 등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각자가 정치 역정에서 겪은 피습 경험담을 공유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오늘 통화는 친근하고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두 대통령은 대선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경험도 나누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가 겪은 암살 위험과 정치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력한 리더십이 나온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방문 도중 목에 칼을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 그는 동맥 손상을 피해 목숨을 건졌고 이후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견인하며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6.3 대선 기간에도 '암살 위협설'이 제기되면서 이 대통령은 유세할 때 방탄복을 착용했고 유세장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하던 중 암살범이 쏜 총알이 오른쪽 귀를 관통하며 생명의 위협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 시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뒤 피를 흘리며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를 외치는 모습에 지지자들이 열광했고, 이는 오히려 대선 과정에서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향후 만남을 계기로 동맹 결속 차원의 골프라운딩도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두 대통령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문난 '골프광'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여러 차례 라운딩을 즐기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적힌 '트럼프 모자'를 선물 받은 일화를 소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관심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당면 현안 논의는 물론 정상 차원 신뢰와 우의를 쌓은 계기가 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일만에 한미정상 첫 통화를 가졌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이던 2017년 5월 10일 당시 집권 1기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이튿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당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각각 통화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 시기와 관련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차와 여러 일정 문제를 고려해 조율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풀어가야 할 현안들은 하나같이 녹록지 않다.
이 대통령 발등에 떨어진 불이자 대미 정상외교의 '뇌관'은 단연 이날 통화에서도 언급된 관세 협상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시행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7월 9일이 사실상의 협상 시한으로, 한 달가량 밖에 주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움직임과 이에 맞물려 나오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 등도 뜨거운 감자다.
미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사업 참여 요구도 양국 협상에 얽혀있다.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만큼, 양측이 국익을 담보하기 위해선 쉽사리 타협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은 4일 국회에서 한 취임 선서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노선을 강조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5년 동안 실리 중심의 외교 노선을 실행해 나가기 위해선 취임 초반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북미 대화 진행 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당사국으로서 한국이 '패싱'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한미 정상외교 채널의 긴밀한 가동은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초청한 만큼 두 사람이 미국에서 양자 회담으로 만나게 될 수도 있고, 임박한 다자회의에서 먼저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있다.
다가오는 다자 회의는 이달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이달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다.
이 대통령이 당장 미국을 전격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않는다면, G7 정상회의나 나토 정상회의 등에서 먼저 만난 뒤 미국을 방문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