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보건의료 분야 기후위기 대응 토론회
“의료기관, 온실가스 4.4% 차지..친환경 전환 없인 생존도 위협”
“기후위기 운동은 산별노조 3.0 시대의 핵심 의제”

[포쓰저널=신은주 기자] "친환경 병원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환자 치료 효과와 의료인의 안전까지도 높일 수 있습니다."
24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성곤 위원장,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김윤 의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동 주최로 국회 제10간담회실에서 '기후 재난시대! 의료기관 노사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국회의원, 보건의료노조, 학계와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후재난 시대 의료기관의 역할과 과제를 짚었다.
‘기후위기 시대 병원 관리의 경험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강정규 청주대학교 교수는 병원의 환경적 특수성을 지적하며 “병원은 24시간 가동되는 에너지 다소비 시설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4%를 차지한다. 이는 석탄 화력발전소 500여 개가 동시에 가동되는 수준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병원의 폐기물 처리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나라 종합병원은 대부분 의료 폐기물을 소각한다. 이는 대기오염뿐 아니라 암·심혈관 질환 같은 건강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해외 연구 사례를 들어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병원에서는 환자의 진통제 투여량과 재원일수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해외 보건의료노동조합의 대응 전략을 분석했다.
그는 “WHO(세계보건기구)가 기후변화를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한 만큼, 보건의료노조가 이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위원은 “영국 간호사 노조와 공공부문 노조 유니손(UNISON)은 정부 정책에 직접 개입해 NHS의 탄소중립 계획에 중간 감축 목표를 반영시켰다”며 “이는 단순히 병원 내부 차원의 대응을 넘어 제도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간호사 노조는 기후 재난 현장에 직접 간호사를 파견하는 활동도 벌였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간호사 노조는 ‘RNRN’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 재난 피해 지역에 의료 인력을 지원했다”며 “이처럼 노조가 기후 정의와 사회 정의를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과제를 언급하며 “지금까지는 원칙적인 접근이 많았다. 이제는 산업 특성에 맞춘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제도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에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이주호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노조의 전략 과제를 ‘녹색 단체협약 운동’으로 제시했다.
그는 “노조의 기후위기 운동은 기존의 산별노조 운동 1.0(임금·노동조건)과 2.0(의료 공공성)을 넘어서는 3.0 시대의 핵심 의제”라며 “기후위기 대응 조항을 단협에 포함시키고 이를 의료기관 평가·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조가 자체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사용자에게 요구하고 교섭하는 방식으로 제도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며 “지속적인 조합원 교육, 녹색 담당자 제도,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국내외 보건의료 문화의 탈탄소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기후위기는 추상적 경고가 아니라 이미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폭염·폭우·미세먼지뿐 아니라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도 기후위기의 직접적 결과”라며 “정부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과감한 탄소 감축 목표와 보건의료 차원의 대응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기후위기특위 위성곤 위원장도 “병원이 저탄소 제품을 구매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등 구체적 제도가 필요하다”며 “오늘 나온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중소병원의 어려움도 함께 지적했다. 임상혁 서울녹색병원 병원장은 “대형병원 중심의 정책 속에서 중소병원은 재정 여력이 부족해 친환경 설비 투자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병원 구조상 태양광 설치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노조·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