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공시 의무·유통점 추가보조금 상한 폐지
시장 자율성 확대와 정보 비대칭 우려 공존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모습./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22일 폐지된다.  2014년 10월 도입 이후 약 11년 만의 제도 전환이다. 

단말기 유통구조의 자율성이 회복되면서 가격 투명성과 시장 경쟁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과도한 보조금 경쟁, 정보 비대칭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11년 만의 정책 전환이 단순한 규제 철폐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에 따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22일부터 더 이상 단말기 지원금을 사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공시지원금을 요금제 및 가입 유형에 따라 고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했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과열된 보조금 경쟁과 소비자 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당시 유통점 간 경쟁으로 보조금이 천차만별이었고, 가입 시기나 구매처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천차만별로 등 시장의 혼란이 심각했다.

정부는 공시지원금 제도와 유통점 추가지원금 15% 상한을 통해 시장 질서와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보조금이 획일화되면서 유통점 간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 혜택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게다가 이통사와 유통점은 편법적 영업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했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투명한 계약 구조 속에 놓여야 했다.

결국 국회는 2023년 단통법 폐지를 위한 논의에 착수해 지난해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했고,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 공시의무 폐지·추가 지원금 상한 폐지..소비자 혜택 확대 기대↑

단통법 폐지에 따라 이통사의 공시 의무가 없어지고,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 가입유형·요금제에 따른 부당한 지원금 차별 금지 조항 등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이통사와 유통점은 보다 자유롭게 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되며, 단말기 출고가보다 지원금이 더 많은 이른바 ‘마이너스폰’도 가능해진다.

이통사의 경우 공시의무는 사라지지만, 자율적으로 요금제별·가입유형별 지원금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기로 했다.

유통점은 단말기 판매 시 지급 금액 및 조건을 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핵심 변화는 ‘25% 요금할인’과 ‘추가지원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이통사로부터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유통점의 추가지원금은 중복 적용되지 않았다. 단통법 폐지로 실질적인 혜택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 보조금 경쟁 재점화 우려..“단기 시장 과열 불가피”

시장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시장 경쟁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는 한편, 편법 보조금, 소비자 차별, 고가 요금제 강요 등 과거의 문제들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시의무가 사라지면서 가격 비교가 어려워지고,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들은 불리한 조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등 정보취약계층이 소위 ‘호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한 사후 조치를 마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이통사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금지 ▲계약서 양식 표준화 ▲이용자 차별 금지 등을 담은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또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와 제조사 등이 참여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매주 2회 이상 운영하며, 보조금 과열, 요금제 강요, 개통지연 등의 현장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는 공정경쟁 촉진 방안 및 정보제공 강화 대책이 포함된 종합 시책도 수립할 방침이다.

통신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기점으로 보조금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월 해킹 사고로 8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잃은 SK텔레콤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조금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출시되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7·폴드7’을 계기로, 프리미엄폰 중심의 단기 프로모션, 현금 지원, 조건부 요금제 할인 등이 다시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의 자율화는 환영할 만하지만,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질 경우 어느정도의 출혈도 피할 수 없는 만큼 궁극적으로 고객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경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경쟁에 더해 이를 감시하고 투명하게 만들 정부의 지속적 모니터링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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