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희 민주당 의원 "당이 추진할 것" 발언 후 논란 재점화
노동현장 "주말 휴식권 보장, 최소한 권리"
대형마트 "규제는 시대착오적..온라인과 역차별"

2025년 4월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5년 4월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치권, 유통업계, 노동자, 소비자 간 이해가 갈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013년 도입 이후 매 정권마다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못 박는 건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들과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는 주장과 함께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으면 소비자 편익이 침해되고 골목상권까지 가라앉는다는 반박이 맞선다. 특히 쿠팡 등 급성장한 온라인쇼핑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대형마트는 2013년 의무휴업 제도 도입으로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월 2회 휴무를 해왔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들어 2023년 대구를  시작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현재 이마트 점포의 절반 이상, 롯데마트 점포의 3분의 1이상이 평일에 휴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다시 강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아예 평일로 지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 "의무휴업 공휴일 중 지정해야..근로자 건강권, 전통시장 보호"

최근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논란은  17일  소상공인협회 회장을 지낸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 지정하는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민주당이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재점화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는 등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유통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해 반드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명하도록 하고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자율적으로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조정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법정 공휴일에만 휴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의무휴업은 대형마트 실적 부진의 원인이 아니며 근로자 건강권 보장과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입법 제안 취지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대형마트 휴업일 조정 자율권은 사라지며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은 반드시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14건으로 대부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및 영업시간 제한 여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20대 민생의제 중 하나로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공휴일로 제한’을 정하기도 했다.

소상공인 단체 및 유통업계 노동자 단체들은 전통시장 활성화, 근로자들의 휴식권 보장 등을 앞세워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1일 논평을 통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입법 추진에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연합회는 "개정안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마다 대형마트가 영업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를 이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공휴일 의무휴업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무휴업, 공휴일 강제 없애고 온라인 영업 허용해야"

반면, 국민의 힘과 대형마트 업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강승규 국민의 힘 의원 등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의무휴업일 지정 시 공휴일로 정하도록 한 원칙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고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의무휴업 규제 완화를 통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입법 제안 취지다.

특히 해당 개정안에는 영업규제 시간에도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형마트를 통한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대형마트 업계도 개정안의 핵심인 규제강화가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골목 상권 보호 효과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규제 법안은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는데 대형마트가 공휴일에 쉰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업주들도 엄연히 소상공인인데 해당 법안은 이들에게 피해만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규제의 실효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또 다시 규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이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공휴일에 마트를 가는 문화가 사라질 것이고 대형마트에 큰 타격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해당 법안은 전통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편익도 해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통해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발의됐으나 이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매년 나오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실효성있고 형평성 있는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 약속한 만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둘러싼 문제가 앞으로 잘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에 대해선 노조간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20일 한국노총 전국섬유·유통·건설노동조합연맹 소속 신세계 노조는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백화점 노동자의 임금 구성에 10%를 차지하는 연장수당과 백화점 월 2회 의무휴업으로 백화점 매출 감소와 함께 성과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휴업이 오히려 지역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개정안에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며 "백화점 노동자의 건강권·휴식권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임금 삭감을 초래하는 입법"이라고 했다. 

◆ "이해 당사자 협의·논의 중요"

전문가들은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한 시대상을 반영해 소상공인 보호·노동자 권익·소비자 편익 등 이해 당사자간의 현실을 모두 반영한 유연한 의무휴업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유통산업이, 유통노동자가 쓰러진다’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공유됐다.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원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에 규제 완화는 노동자 건강권의 후퇴, 대체 관계에 있는 주변 소상공인들의 피해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에 이해당사자들의 협의와 논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은 “대형마트 진출(활성화)이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 총량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며 “대형마트의 지역 상권에 대한 영향 관련 연구를 할 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고용 안전 및 건강권, 일-생활 균형 논의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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