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전대차 계약 적법하게 해지"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내에 위치한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인도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최태원(63)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는 노소영씨(62)가 관장으로 있는 곳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부장판사 이재은)은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인도 등 청구 소송의 선고 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트센터나비에 해당 부동산 인도와 함께 SK이노베이션에 10억4560만원2810원의 지연 손해배상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에 따라 점유하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전대차 계약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인도할 의무가 있고,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는 (원고가)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판결 직후 노 관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취재진에 "25년 전에 최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이 이전한건데 이렇게 돼서 저희로서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항소 여부는 생각을 해볼 예정이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측은 "이번 판결은 피고측 주장과 달리 이혼소송과는 무관할 뿐아니라 아트센터 나비가 지난 수년간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별로 없었던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12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의 여유도 가지고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동산인도 소송은 부동산을 점유할 권리가 없으면서도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법적인 절차다.
당초 이 소송은 법원이 조정에 회부했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이 노 관장 측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정식 재판으로 이어졌다.
SK서린빌딩은 SK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어 그룹의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아트센터 나비는 이 건물 4층에 위치해 있다.
앞서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나비와의 임대차계약이 2019년 9월부로 종료됐는데도 나비 측이 무단 점유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SK서린빌딩은 SK리츠 소유로 이를 SK이노베이션이 임차해 아트센터 나비에 재 임차해 왔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아트센터 나비 대표로서 미술관 근로자들의 이익, 미술품 보관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퇴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SK 측의 요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8일과 11월 22일 두 차례 조정기일을 열었으나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조정은 결렬됐다.
조정 과정에서 나비 측은 SK이노베이션 측에 이관할 후보지 제공 및 매매대금 또는 영구 임대료, 공사대금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이 이 요구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정은 불발됐다.
아트센터 나비는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부인인 박계희(1935~1997) 관장이 개관한 워커힐미술관이 전신이다.
1984년 5월 쉐라톤 워커힐 호텔 컨벤션 센터내에 설립됐다. 박계희 여사 사후 노소영씨가 관장을 맡아 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 성격을 바꾸고 2000년 12월 SK서린빌딩에 아트센터 나비로 재개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