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 8곳 CEO 12명 재판회부
'자진신고' 현대리바트는 불처벌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한샘, 에넥스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 임원과 법인이 신축 아파트 빌트인 가구(특판 가구) 입찰 담합 혐의로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0일 한샘·한샘넥서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넵스·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 법인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각 업체 최고경영책임자 12명을 건설산업기본법·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리버스 영업담당 직원 2명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은닉교사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한샘 등 가구업체들은 2014년 1월~2022년 12월 24개 건설업체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건의 주방·일반 가구공사 입찰에 참여해 낙찰예정자와 입찰 가격 등을 사전에 짜고 써낸 혐의를 받는다.
빌트인 담합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신반포르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대치 푸르지오써밋,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업체들의 담합 입찰 규모는 약 2조32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가구 업체들의 담합으로 인해 빌트인 비용이 정상적인 입찰보다 약 5% 정도 부풀려 진 것으로 파악했다.
담합으로 부풀려진 가구 값은 아파트 건축비에 포함돼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
이들 업체는 건설사의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입찰에서 낙찰받을 순번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낙찰 예정사는 다른 업체들에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낙찰예정사의 입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없이 검찰이 자진신고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다.
당초 수사망에 오른 가구 업체는 9곳이었으나 담합을 자진 신고한 현대리바트는 리니언시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과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현대리바트의 자진 신고 접수 후 관련 가구 업체 압수수색 및 관련자 조사를 이어왔다.
검찰과 공정위는 지난달 3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고발요청권 행사 범위를 조율했다.
12일 검찰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전속 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에 업체 8곳과 임직원 12명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법인에 대한 약식기소나 실무자에 대한 소극적 기소를 하던 여타 담합 사건과는 다르게 담합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대표이사나 총괄 임원 등 최고책임자를 기소했다.
8개 법인 중 대표이사가 기소된 업체는 6곳이고, 2개 업체는 빌트인 가구 총괄 임원을 재판에 넘겼다.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실무 직원들은 입건하지 않았다.
검찰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한 경쟁 질서가 회복·확립될 수 있도록 담합에 가담한 법인뿐 아니라 이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개인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