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쓰저널=홍윤기 기자] 여권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면접심사대상자(숏리스트)에 대한 강한 반발에 KT 주가가 다시 3만원선을 오락가락하며 맥을 못추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10분 현재 KT 주가는 전장 대비 0.49% 하락한 3만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KT 주가는 차기 CEO 선임 움직임에 따라 연동돼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구현모 현 대표가 후보직 자진사퇴를 전격 발표하자 다음 거래일인 27일 KT 주가(2만9950원) 2021년 5월 10일(29450원) 이후 21개월만에 3만원 선이 붕괴됐다.
이튿날 KT지배구조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등 여권 인사를 배제하고 숏리스트 명단을 발표하자 KT 주가는 다시 3만원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숏리스트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출하면서 주가도 다시 역풍을 맞는 모습이다.
응모 후보 33명 중 면접심사 대상자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선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 사장 등 KT 출신 4명만 올랐다.
김성태·윤진식·권은희·김종훈씨 등 윤 대통령 대선캠프나 국민의힘 계열 국회의원 출신들은 모두 탈락했다.
숏리스트 발표 직후 대통령실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대로 KT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게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흘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T 숏리스트 발표 직후 연 브리핑에서 “정부는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KT 숏리스트가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가 작용된 내부 선출구조의 산물이며 글로벌스탠더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서 지배구조 영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당도 이를 이어받아 KT 수뇌부를 공개 비난하며 특히 숏리스트 4명 중 윤경림 사장에게 화살을 겨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경림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또 "구현모 대표는 KT를 장악하기 위해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지만,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대상에 올랐다"며 "구 대표는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세웠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KT가 자기들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한다면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며 "검찰과 경찰은 KT 구 대표와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KT가 차기 CEO 선임 절차를 또다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는 이미 이번 CEO 선임과 관련해 두번이나 종전 절차를 번복하면서 우왕좌왕했다.
애초 구현모 대표가 연임하는 것으로 두 차례 결정됐다가 ‘셀프 연임’ ‘깜깜이 선발’ 논란에 시달리다 기존 절차를 중단했고 이달 초에는 공개 경쟁 방식으로 선임 절차를 다시 바꿨다.
이 과정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올초 KT 같은 소유분산기업, 즉 주인없는 대기업을 겨냥해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영향이 컸다.
구 대표는 재공모에 참여하며 연임 의지를 거급 밝혔으나 지난달 23일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업계에서는 여권이 특정기업의 인사에 노골적인 개입하고 사실상 낙하산 코드인사를 하려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T가 과점기업이긴 하지만 민영화되고 20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정치권이 CEO 인선에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선을 넘은 행위라는 것이다.
더구나 KT 최대주주가 국민연금(9.95%) 인만큼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CEO 인선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구조인데, 이번 KT 사례는 산업계 전반에 '국민연금 리스크'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