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 사측에 요구
한국노총 "민노총이 우리하고 대화 거부"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SPC그룹 파리바게뜨 제빵사의 직접 고용 문제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의 노-노(勞勞)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정당으로 구성된 3자 단체가 SPC 파리바게뜨 측에 4년이 지나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합의 이행 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SPC 측은 한국노총 측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진행해 왔다며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는 사회적 합의 이행 문제를 놓고 사내 노-노 갈등으로 비춰지는 건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양측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12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시민대책위, 정의당 등 3자 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리바게뜨 운영사인 SPC 파리크라상에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을 위한 자료 제공을 요청하며 합의 주체들 간 토론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SPC그룹 측은 현재 피비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통해 노동자(제빵사)들을 직고용하는 등 노조와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현재 피비파트너즈 5000여명의 직원중 약 4천명은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다. 이번에 사회적 합의에 문제를 삼는 조합은 민주노총 소속 200여 명 정도다.
노사 간 사회적 합의 논쟁은 2017년 9월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를 통해 제빵사를 불법파견한 것과 전산조작으로 100억원 대의 임금을 체불 한 사실을 고용노동부가 적발해 시정 지시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파리바게뜨지회)가 제빵사들을 사측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투쟁을 벌였고 2018년 1월 사측인 SPC 파리크라상과 노조(민주노총·한국노총), 정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 시민대책위, 가맹점주협의회 등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며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당시 합의 내용은 크게 △파리크라상 정규직과 3년내 동일임금 적용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사 및 가맹점주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과 자회사(피비파트너즈) 통한 직접고용 등이다.
하지만 사측이 3년 3개월 여가 지난 지난해 4월 1일 한국노총 노조와 함께 합의 이행 완료를 선언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민주노총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합의 당사자도 모르는 합의 이행 완료”라며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시 합의에 참여한 한국노총이 현재 사측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있는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 노조와 다른 단체라는 것이다.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 노조 관계자는 “당시 8자 합의에 참석한 노조는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 노조’였다. 지금의 노조와는 다른 단체”라며 “저희는 그 당시에는 상급단체가 없었던 기업노조였고 2018년 5월 한국노총 소속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교대노조(교섭대표 노동조합)지만 당시 합의에 참여했던 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민주노총 측에 이와 관련해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교섭에 반영할테니 알려달라 제안했다”며 “하지만 민노총 측은 저희가 합의 당사자가 아니니 얘기할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노총과 사측이 합의 이행을 하는 걸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노노갈등은 없다”면서 “다만 사측이 이행 결과나 과정에 대한 검증은 최소한 우리와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노조 등 3자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한국노총에 가입할 것을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해 3월부터 사측은 한국노총 소속 관리자를 동원해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에 대한 탈퇴 공작을 하고 있다”며 “매월 100여명씩 조합원이 급갑해 합의 당시 700여명이던 조합원이 지금은 대폭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조합원수가 적은 소수 노조다 보니 교대 노조가 좋게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배제하고 갈등 일으키기 보다는 아울러서 함께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