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SPC본사 앞에 설치된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의 투쟁천막. /사진=화섬식품노조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SPC본사 앞에 설치된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의 투쟁천막. /사진=화섬식품노조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고용을 위해 설립한 피비파트너즈의 근로자대표로 기존의 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아닌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당선됐다.

그동안 기업친화적인 기업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 산업안전 감독 등을 진행해 왔던 SPC그룹 파리크라상은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대표의 당선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화섬노조는 근로자대표 당선의 다음 단계로 기업노조를 대신할 단체 협상 노조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섬노조는 사측이 일손이 많이 필요한 날에만 특별히 지정해 진행했던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당장에는 이를 막기 위한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근로자대표 선거에서 화섬노조 소속 지회장이 당선돼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도 향후 친기업 노조만을 대상으로 한 임단협 등을 진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일 화섬식품노조는 지난 8일 있었던 피비파트너즈 근로자대표 선거에서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59.4%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함께 출마한 한양현씨는 피비파트너즈 노조 지부장이다. 피비파트너즈 노조는 기업노조로 현재 임단협 등에서 단체협상권을 갖고 있다.

협상권을 가진 기업노조가 있음에도 근로자대표를 선출한 것은 피비파트너즈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예감독관) 추천을 위해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노동청이 회사와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가입한 노조의 추천을 받아 근로자 중 명예감독관을 위촉하도록 한다. 과반수 이상의 노조가 없을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를 뽑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명예감독관을 추천하도록 한다.

현재 5500여명의 근로자 중 제1노조인 기업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1700여명으로 과반수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들 노조와 피비파트너즈는 지난 4월 29일 요건을 맞추지 명예감독관을 추천했다. 5월 1일 성남지청은 추천자를 위촉했다가 화섬노조 등의 반발에 5월 중순 경 이를 취소했다.

성남지청은 기한을 주고 재차 명예감독관을 추천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는 근로자대표 선거를 진행했다.

당연히 거대노조인 기업노조 위원장이 당선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결과는 5559명 중 3756명(투표율 67.4%)이 투표에 참여해 2224표(59.4%)가 화섬노조 임종린 지회장을 찍었다.

화섬노조는 “그동안 근로자들의 복지와 안전 등을 위해 투쟁한 성과를 동료 근로자분들이 알아준 결실”이라며 “우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각 매장에 대한 실태조사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화섬노조는 당장에는 노동청과 사측이 요구하는 명예감독관 추천에 집중하고 향후 보건·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사측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근로자대표 선출과는 별개로 화섬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갖기 위한 투쟁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SPC그룹과 파리크라상 내부에서 제빵기사에 대한 탄력근로제 장기화 움직임이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반대 투쟁에 힘을 싣겠다고 했다.

화섬노조는 “종국에는 기업노조와 공동 또는 기업노조를 넘어서는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에도 탄력근로제는 하고 있었지만 최근 사측에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탄련근로제 도입도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PC그룹측은 이번 근로자대표 선출을 두고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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