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저가식품' 등식 깨져
삼양 출시 예정, 농심 개발 착수
이마트 1만원대, 하림 2천원대 출시

(왼쪽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김홍국 하림 회장이 자사에서 출시된 라면을 홍보하고 있다./사진=각 사
(왼쪽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김홍국 하림 회장이 자사에서 출시된 라면을 홍보하고 있다./사진=각 사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라면 먹을래요?"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왔던 명대사다. 라면은 ‘한 끼 때우기 좋은’ 간단한 식사 대용이자 친근함의 표시다.

그런 라면이 최근 ‘가치 소비’라는 개념이 더해지며 ‘프리미엄 음식’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26일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5.1개로 전 세계 1위다. 단순 계산해도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일주일에 라면 한 개 이상은 먹는 셈이다. 

이처럼 국민 소울푸드인 라면시장에 최근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값싸고 간단한 식사 대용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맛에 정성을 들인 고급 요리로서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라면을 제조하지 않던 하림과 이마트가 불쑥 프리미엄 라면 시장 공략에 나서며 이 시장에 불이 당겨진 모양새다. 이에 기존 라면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라면업계 빅4(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중에서는 삼양식품이 프리미엄 라면 상품 개발에 발빠르게 나선 상황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이 최근 시장 트랜드이다 보니 이런 추세에 맞춰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며 “불닭볶음면 같은 제품이 아닌 일반 라면으로 선보일 계획인데 출시 날짜나 금액 등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심도 프리미엄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농심 관계자는 “저희 연구원들이 개발하고 있는 여러 제품 타입 중에 프리미엄 라면도 있다”면서 “하지만 대외비로 개발하고 있어서 어떤 제품이 스타트라인(출시)에 설지는 모른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사실 라면 업계의 프리미엄 전략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기존과 결이 조금 다르다. 단순히 내용물만 보강해 고가 전략을 펴는데서 나아가 제작단계부터 콘셉트, 마케팅까지 고급화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라면을 제조하지 않았던 업체들이 라면 업계에 출사표를 던지며 들고나온 프리미엄 전략이 두드러 진다.

대상은 ‘친환경·유기농’ 제품을 파는 초록마을을 내세워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 뛰어든 경우다.

대상은 지난해 11월 ‘감자라면 해물한끼·얼큰한끼’를 1800원(이하 대형마트 기준)에 선보이며 “국산 원재료의 건강함과 첨가물 최소화를 원하는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며 세분화한 타기팅을 밝히기도 했다.

대상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출시된 하림의 첫 라면 브랜드 ‘더미식 장인라면’도 가격만 놓고 보면 초 프리미엄 제품이다. 하림은 라면업계 빅4에서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들보다 비싼 1950원에 장인라면을 내놨다.

론칭 당일 김홍국 하림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셰프 복장을 하고 직접 라면 요리를 시연하는 등 마케팅 일선에 나섰다.

장인라면은 요리 장인, 셰프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각종 신선한 육류와 채소, 양념 등을 20시간 끓인 ‘라면 요리’를 표방한다는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하림 관계자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이라며 “장인라면의 마케팅 포인트는 프리미엄이나 고가전략이 아닌 제대로 만들어서 제값을 받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출시된 이마트 ‘정든 된장라면’도 회장님이 레시피를 개발하고 광고까지 출연하며 마케팅을 펼친 케이스다.

된장라면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업무 협의차 만난 자리에서 라면 레시피 얘기가 오가다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정태영 부회장 역시 광고에 직접 나서 친근함과 프리미엄급이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했다.

된장라면은 밀키트 형식으로 출시돼 2인분 1봉지에 1만2800원에 팔리는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10월 한 달간 한정 물량으로 판매하는 제품”이라며 “향후 추가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각 라면 제조업체에서 나온 프리미엄 라면./포쓰저널

◇ ‘신라면 블랙’ 프리미엄 라면 시장 마중물

라면의 프리미엄 전략을 최초로 들고 나온 건 농심이다. 농심은 2011년 4월 ‘신라면 블랙’을 시장에 내놓으며 라면 고급화에 시동을 걸었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며 ‘라면=저가식품’이라는 등식을 깨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라면 가격이 대체로 500원 미만이던 당시 농심은 신라면 블랙 1봉지당 1600원이라는 고가 전략을 들고 나왔다.

농심 관계자는 “2011년 당시에는 웰빙 바람이 불며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니즈가 활성화 되던 시기”라며 “고객 니즈에 부응키 위해 신라면 블랙을 내놓았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반응했고 신라면 블랙은 출시 한 달만에 매출 90억 원을 돌파하는 등 라면 업계의 프리미엄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과장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억5천만 원을 부과받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출시 5개월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후 농심은 2012년 10월 ‘소비자들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출시할때보다 약 300원 내린 가격으로 신라면 블랙을 재출시했다.

신라면 블랙이 물꼬를 트자 2011년 '팔도 꼬꼬면'(1000원), 2015년 '농심 짜왕'(1500원), 오뚜기 '진짬뽕'(1370원), 2018년 삼양식품 '까르보불닭볶음면'(1500원) 등 1천 원이 넘는 라면 출시가 잇달았다. 올해 3월에는 오뚜기가 '라면비책 고기짬뽕'을 1800원에 내놓으며 라면 가격이 2천 원에 육박했다.

◇ 프리미엄 전략, 가격인상 위한 꼼수?

하지만 일각에서는 라면 제조업체들의 이같은 프리미엄 전략이 라면의 전반적인 가격을 올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들이 원재료·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물가가 치솟으면서 대놓고 가격을 대폭 인상을 할 수 없으니 프리미엄을 명분 삼아 수익 개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라면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일제히 부진했다.

농심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6479억 원, 1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58.1% 감소했다. 오뚜기 역시 연결 기준 매출은 66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2억 원으로 31.6% 감소했다.

삼양식품도 연결 기준 매출 1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었다. 영업이익도 142억원으로 51.7% 감소했다.

이에 라면 업체들은 수익 개선에 가장 즉각적인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7월에는 오뚜기가 평균 11.9%, 농심이 6.8%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8월에는 삼양이 6.9%, 팔도가 7.8% 라면값을 올렸다.

기존 라면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에 따라 라면 대체제가 많아지며 라면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라면업체가 아닌 다양한 경쟁자가 와서 시장 파이를 키우고 상품군을 늘리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며 “장인라면과 된장라면이 나오며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다시 부각됐다. 두 라면의 성패 여부가 앞으로의 프리미엄 라면 시장 향배를 결정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최근 소비 성향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충분히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라면은 가성비 제품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실제로 ‘프리미엄’이라고 느낄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프리미엄 라면들은 밀키트 형식의 제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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