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명령 아래 업무 수행" 판단…소송 8년 만에 결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이현민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이현민 기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상용 시제차 내구 주행시험 업무를 담당했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왔다.

이들이 현대차의 지휘·명령 아래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만큼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협력업체 직원 ㄱ씨 등 1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ㄱ씨 등은 남양연구소에서 트럭·버스 등 상용 시제차의 내구성을 평가하기 위해 주행로를 조건에 따라 반복 운행하고, 주행시험일지를 제출했고, 팀장은 시험차 현황 문서를 매일 현대차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근무해 왔다.

이들은 2017년 현대차를 상대로 “현대차가 시험 대상 차량과 일정 등을 정하고 업무 결과를 보고받은 만큼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근로자 지위확인 및 현대차의 기술직 근로자였으면 받았을 임금과의 차액을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파견법은 제조업의 생산공정에서 파견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1·2심은 근로자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협력업체는 투입 근로자의 수, 일일 작업량, 작업 시간 등을 조절할 재량이 거의 없었고, 근로자들에 독자적으로 행사할 권한도 별로 없었다”며 “상용 시제 차량이나 시험로 등도 현대차 소유이고, 협력업체는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ㄱ씨 등이 현대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되고, 현대차가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봄이 상당(타당)하다”며 원고 측 주장을 인정했다.

현대차가 급한 일정의 경우 문자메시지를 통해 바로 지시하기도 했다는 사실도 불법파견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근로자 중 1명에 대해서는 상고심 진행 중 정년이 도래해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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