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모키르·필리프 아기옹·피터 하위트 공동수상
산업혁명 이후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리’ 규명한 공로
“기술혁신이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한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왼쪽부터) 조엘 모키르(Joel Mokyr),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 피터 하위트(Peter Howitt)./노벨위원회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왼쪽부터) 조엘 모키르(Joel Mokyr),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 피터 하위트(Peter Howitt)./노벨위원회

[포쓰저널] 2025년 노벨경제학상은 ‘혁신이 이끄는 경제성장’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세 명의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3일(현지시간) 조엘 모키르(미국 노스웨스턴대), 필리프 아기옹(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INSEAD·런던정경대), 피터 하위트(미국 브라운대)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들은 지난 200여 년간 인류가 경험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수천 년 동안 경제는 정체 상태에 머물렀으나, 이후 지속적 기술 혁신과 지식 축적이 성장의 엔진으로 작동하면서 인류의 번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왕립과학원은 “새로운 기술과 생산 방식이 끊임없이 낡은 것을 대체하는 순환이야말로 장기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이 과정이야말로 전 세계인의 삶의 질과 건강, 생활수준을 향상시킨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조엘 모키르 교수는 경제사학자로, 산업혁명 이후 지속 성장의 근본 원인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규명했다.

그는 혁신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무엇이 작동한다’는 경험적 사실만이 아니라, ‘왜 작동하는가’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지식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를 수용하는 사회적 개방성이 성장의 핵심 조건임을 강조했다.

모키르 교수는 “지속 가능한 혁신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과학적 이해를 통한 ‘누적 가능한 지식’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INSEAD·런던정경대 소속의 필리프 아기옹 교수와 브라운대학교의 피터 하위트 교수는 1992년 발표한 논문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을 수리 모델로 정립했다.

이들은 신기술이 등장해 낡은 산업과 기업을 대체하는 과정이 성장의 핵심임을 밝혔고, 이를 통해 경제의 역동성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즉,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도입은 ‘창조적’이지만, 기존 기업의 시장 지위를 무너뜨리는 측면에서 ‘파괴적’이기도 하다. 이 두 측면이 동시에 작동해야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기옹·하위트의 연구는 이후 ‘내생적 성장 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 정부의 혁신 정책, 연구개발 투자, 시장경쟁 정책 설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성장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창조적 파괴의 메커니즘을 유지해야 정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존 하슬러(John Hassler) 노벨경제학상 심사위원장은 “기술 혁신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는 낡은 산업과 이해집단의 저항이라는 갈등이 수반된다”며 “이 충돌을 건설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혁신이 차단되고, 결국 성장의 엔진이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상자들의 연구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에너지 전환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술 혁신이 기존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가운데, 창조적 파괴를 억누르지 않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장기적 성장의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상금은 총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 원)로, 절반은 모키르 교수에게, 나머지 절반은 아기옹 교수와 하위트 교수가 공동으로 받는다.

조엘 모키르(Joel Mokyr)는 1946년 네덜란드 라이던에서 태어나 1974년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의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은 1956년 프랑스 파리 출신으로, 1987년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와 INSEAD,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피터 하위트(Peter Howitt)는 1946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1973년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브라운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문학상, 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대한민국 국적자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및 민주화 기여 등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2024년에는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 등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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