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박소연 기자]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발행 단계부터 자금세탁방지(AML) 규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혁신의 미래를 열다' 제1차 토론회에서 정영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대책’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금지돼 있어 국내 법인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정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의 익명성, 범용성 등을 제시하며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인 가상자산보다 자금세탁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와 송금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각국 통화 주권까지 위협할 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발행 단계부터 철저한 자금세탁방지 규율이 필요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국내 규정 고려사항으로 발행단계에서의 지갑 주소 스크리닝, 유통거래 모니터링 등을 제시했다. 

유통거래 모니터링과 관련해서는 "2차 거래에 대해서 발행인 입장에서 자금세탁 리스크 저감 의무를 어디까지 기울여야 할 것인지, 그 범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부분에 대해 계속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2개 세션, 총 3개 주제로 진행됐다. 

문철우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키노트 스피치에서 "은행, 비은행, 플랫폼 기술 기업 모두가 스테이블코인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야 한다"며 "엄격하되 공정한 규제 그리고 민간 창의성을 살리는 경쟁 구조가 한국의 통화 주권을 지키고 글로벌 질서 재편에서 뒤지지 않는 길"이라고 했다.

서병윤 DSRV 이사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금융의 미래' 주제로 발표했다. 

서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은 스위프트(SWIFT) 송금 및 카드 결제 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결제·송금·무역금융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이 이미 제도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금융혁신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근 카카오뱅크 부행장은 '스테이블코인 활용사례' 주제로 발표했다. 

송 부행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WIFT 송금 대비 수수료와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해외송금, 지갑 간 즉시 정산을 통한 지급결제, 목적형 코인을 활용해 운영 효율화가 가능한 지역화폐 등 다양한 응용 사례를 제시했다. 

송 부행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투자도구를 넘어 실생활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으며, 실제 사례를 통해 그 활용 가치가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주제별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김재진 DAXA 상임부회장, 신상훈 연세대 객원교수가 주제별로 좌장을 맡았다. 

패널 토론에는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박주영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배경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팀장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 ▲이효진 고려대학교 교수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박정호 카카오페이 부사장 ▲최정록 헥토파이낸셜 상무 ▲김영석 보난자팩토리 대표 ▲명재현 KG 이니시스 상무 ▲이지형 두나무 실장 ▲김태윤 빗썸 전무 ▲박정은 코빗 자금세탁방지센터장  ▲이나정 라이크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참여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산업 활용과 확산, 이를 뒷받침할 AML 체계를 핵심 의제로 다뤘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급결제 전문 은행업을 허용해 주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기존 외국환거래 규제 등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노하우로 은행이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고 발행하되 니즈와 이노베이션 해결을 위해 비은행이 기술·상품 개발 등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발행을 한다면 그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배경화 기재부 국제금융과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혁신의 기회로 활용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제도 설계를 미리 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게끔 해야 된다는 점"이라며 "가상자산 2단계법이 법제화가 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우회 거래, 편법 거래 없도록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은 "금융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법을 현재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부 내의 절차를 거쳐서 국회 입법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스테이블코인 관련해서 제일 중점을 두는 두 가지는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하는 것과 혁신·안정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며 "기재부, 한은과 계속 실무 협의를 하고 있고 여러가지 우려 사항에 대해서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계속 논의해 왔다. 실무 협의에 좀 더 속도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도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인 공동 주최,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