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규제가 성장 의욕 막아..성장 기업에 지원·칭찬해야"

2025년 9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2025년 9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중소기업 보호 중심의 정책이 한국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며 민간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기업 사이즈별 규제 철폐’를 강조했다.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에서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그동안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잘 이뤄냈던 나라였지만, 최근 들어 민주화는 잘 되고 있는 반면 경제 성장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경제 성장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사이즈별 규제’를 꼽았다.

최 회장은 “지금은 성장을 하지 않고 있는데 사이즈별 규제를 하게 되면 누구도 성장을 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며 “기업, 민간의 성장률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994년 민간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8.8%포인트였는데 지금은 1.5%포인트로 줄었다”며 “정부 기여는 0.6%에서 0.5%로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민간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을 보면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 하락 속도가 중소기업보다 더 컸다”며 “결국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줄어드는 구조가 한국 경제의 정체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 성장 단계별로 적용되는 규제를 문제 삼았다.

최 회장은 “자산이 5000억원이 넘으면 무조건 중소기업이 아니게 되고, 규제가 94개로 늘어난다. 2조원이 넘으면 규제가 더 늘고, 5조원이면 대기업, 11조6000억원이면 최대 대기업으로 분류된다”며 “이런 계단식 규제가 존재하는 한 기업들은 성장보다 현상 유지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성장을 할 인센티브가 없으니 기업들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베팅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고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계단식 규제의 산업 영향도를 평가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전수 조사해서 계단식 규제가 꼭 필요한 게 아닌 상황에서는 풀어줘야 한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부터 조정하고, 첨단 산업 분야에는 예외를 적용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으니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했으니까 지원해야 한다”며 “이제는 성장을 하면 정부가 지원한다는 원칙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니콘은 되고 대기업은 안 된다고 하지만 유니콘이 곧 대기업”이라며 “이제는 대기업이 되는 것을 칭찬하고 상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중소기업을 보호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되는 것을 칭찬해 주고 훈장을 줘야 성장 모멘텀이 생긴다. 그래야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많은 정책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수혜를 주라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성장한 만큼 기여와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업성장포럼은 민관이 함께 기업 성장 정책과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제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은 이날 출범한 기업성장포럼을 주요 관계 부처·국회 등과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 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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