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부 탄 신임 CEO 주도 연말까지 추가 감원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인텔이 올해 말까지 전체 고용 인력의 5분의 1 이상을 감축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은 차세대 14A(1.4 나노미터) 공정 고객확보에 실패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아예 철수할수도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립 부 탄(Lip Bu Tan) 인텔 신임 CEO(최고경영자)는 24일(현지시간) 사내공지를 통해 "백지수표(blank checks)는 더 이상 없다"며 '보다 비용 효율적이고 간결한 반도체 기업을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탄 CEO는 사내공지에서 "차세대 14A 제조 공정은 매우 신중하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분기별 보고서에서 "14A 공정 고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인텔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6월 말 기준 9만6400명이던 인력을 연말까지 7만50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는 작년 말 고용인원 대비 22% 감축이다. 인텔은 "인력 감축은 자발적 퇴사(이직)와 '기타 수단'(other means)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원은 대부분 이미 완료된 상태로 3월 취임한 탄 CEO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을 재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탄 CEO는 인텔의 여러 사업부를 매각하고, 직원을 해고하고, 자원을 재배치했다.
인텔은 "이번 감원을 '정밀 수술(surgical) 방식'으로 단행했다"고 밝히며 "중간관리층을 대거 줄였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재무총괄은 "조직 내 계층 구조의 약 50%를 줄였다"고 말했다.
인텔은 수년간 경영 실패로 부진을 겪었다.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AI(인공지능) 칩 산업에서 인텔은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고, 오랜 경쟁사인 AMD도 인텔의 주력인 PC 및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TSMC에 맞서려던 인텔의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획은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도 오르지 못했다.
탄 CEO는 이날 청사진을 통해 회사 경영 수습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과거 실책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탄 CEO는 사내공지에서 "모든 투자는 경제적으로 타당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제공하고 일관된 실행력을 통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탄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전임 인텔 CEO 팻 겔싱어가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던 18A 공정에 대해 "인텔 내부 제품 생산에 사용될 경우에만 경제적 수익이 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달 초 "탄 CEO가 18A 공정 외부 고객에게 계속 제공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시장분석·컨설팅 회사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Creative Strategies)의 벤 바자린 CEO는 "인텔이 18A에 과도하게 투자했을 수는 있지만 지금 CEO는 재정적으로 절제된 기반 위에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올바른 접근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인텔은 현재 18A 공정을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탄 CEO는 사내공지에서 "제조설비 확장 전략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보다 앞서 공장을 짓던 기존 전략과 달리 앞으로는 수요가 확인된 경우에만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인텔이 미국 및 해외에서 벌여온 기존의 선투자 전략을 뒤집는 셈이다.
탄 CEO는 오하이오 주의 신규 공장 건설 속도를 늦추고 폴란드와 독일에서의 신규 공장 계획은 일단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타리카의 패키징 시설은 베트남 및 말레이시아 시설과 통합할 계획이다.
탄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저는 (팹을) '짓기만 하면 고객이 온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며 "앞으로 모든 주요 반도체 설계는 본인이 직접 검토하고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제품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인텔과 다른 반도체 업체들은 고객사들의 지출 유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많은 고객이 무역 불확실성 속에서 상반기로 출하를 앞당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