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 AI 정책 청사진 발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7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AI(인공지능) 경쟁 승리'(Winning the AI Race) 서밋 행사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AI 관련 행정명령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7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AI(인공지능) 경쟁 승리'(Winning the AI Race) 서밋 행사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AI 관련 행정명령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소버린 AI(인공지능) 파운데이션(사전학습 범용AI) 모델이 핵무기에 버금가는 국가전략자산 지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AI를 견제하고 동맹국 AI를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AI 경쟁 승리'(Winning the AI Race) 서밋 행사에서 새로운 AI 청사진을 발표하고 환경 규제 완화 및 동맹국에 대한 AI 수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세 건도 서명했다. 여기에는 ▲AI 환경 규제 완화 ▲AI 반도체 수출 기준 수립 ▲AI 기술의 정치적 편향 제한 등이 포함됐다.

이는 중국을 상대로 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계획 발표와 함께 연설에 나서며 중국과의 기술 군비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외국 국가도 우리를 이기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자녀는 우리와 반대되는 가치와 이익을 추구하는 적국의 알고리즘에 지배되는 행성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며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경쟁은 21세기를 규정할 싸움"이라며 "미국은 AI 경쟁을 시작한 나라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늘 저는 미국이 이 경쟁에서 승리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공개한 AI 청사진은 약 90개의 권고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해외 수출 확대와 함께 AI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일부 주 법률을 억제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규제 완화 조치도 담고 있다.

로이터는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온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높은 울타리'(high fence) 전략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접근이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산업을 50개 주가 제각각 규제하는 게 아니라 단일한 연방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국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상무부와 국무부가 민간 산업과 협력해 'AI 풀스택(full-stack) 수출 패키지'를 전 세계 우방국과 동맹국에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패키지는 하드웨어, AI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표준 등을 포함한다.

AI 수출 확대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기업은 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 AMD와 AI 모델 개발을 선도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미국의 적대국들이 엔비디아, AMD 등이 생산한 AI 반도체를 군사력 증강이나 동맹국 위협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 등 국가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AI의 허위정보 악용 방지, 소비자 보호,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를 모두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가 임기 만료 1주일 전인 올해 1월 발표한 '인공지능 확산 프레임워크'(The 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Diffusion)도 철회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AI 분야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결코 자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백악관 AI·암호화폐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와 '올-인'(All-In) 팟캐스트 공동 진행자들이 주최한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벤스 부통령은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는 "어리석은 정책"을 미국 내부 문제로 지목했다.

익명의 미국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AI 계획은 AI 모델용으로 설계된 엔비디아의 H20 칩과 관련된 국가안보 우려는 다루지 않는다"고 전했다. 

H20 칩은 이전 수출 제한선에 맞춰 설계됐다. 트럼프는 4월 해당 칩의 중국 수출을 차단했으나 이달 초 다시 허용해 공화당 내에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AI 청사진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환경 규제 완화 및 연방 토지 활용 확대를 포함한다.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팹(생산공장) 허가 절차를 가속화하고 현대화해 전기 및 냉난방 공조(HVAC) 등 수요가 높은 인력 확충을 위한 새로운 국가 이니셔티브를 수립하는 것도 포함됐다.

전력 인프라를 포함한 관련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도록 국가환경정책법(NEPA) 및 수질법(Clean Water Act) 상의 예외를 확대하고 허가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해당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로이터는 앞서 트럼프가 향후 몇 주 안에 빅테크 기업들이 AI 확장을 위해 요구하는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내 전력 수요는 거의 20년 만에 정체 상태를 벗어나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AI 개발 및 배치를 방해하는 과도한 연방 규제를 제거하고 규제 제거를 위한 민간 부문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AI 청사진에는 연방 조달 지침을 개정해 최첨단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자와 계약할 때 객관적이고 톱다운(top-down) 이념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건 협상 대상이 아니다. 이 명확한 정책 목표는 미국이 전 세계 과학기술 표준을 설정하고 세계가 미국 기술을 계속 운용하도록 하는 연방 정부의 기대치를 설정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번 AI 수출 확대 계획은 5월 15일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한 협정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미국은 중국이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로 UAE에 수출제한을 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UAE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 2000억달러(약 273조원) 규모의 AI 협력을 합의한 후 조치를 통해 접근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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