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스만 외장./사진=김지훈 기자
기아 타스만 외장./사진=김지훈 기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이름만 대면 역사가 줄줄 읊어지는 모델이 즐비한 픽업 시장에 ‘역대급 초신성’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1만8000번의 담금질 끝에 탄생한 기아의 첫 정통 픽업 ‘타스만’이다.

픽업 트럭은 광활한 북미 대륙이나 호주의 거대한 농장과 험지, 대량의 적재가 필요한 환경에서 주목받는 모델이다.

국내 도로 사정에 맞지 않고 수요가 크지 않은 만큼 후발주자에겐 더욱 혹독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기아는 같은 값에 더 큰 가치를 줘야하는 후발주자답게, 레저용 차량(RV) 개발 노하우와 역량을 쏟아부었다. 말 그대로 넣을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때려 넣었다.

그래서인지 직접 타본 타스만은 ‘픽업=짐차’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1일 강원도 인제 소양호 인근에서 타스만을 직접 시승했다.

시승은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임도(임산도로), 공도(국도) 등 3가지 코스에서 이뤄졌다. 오프로드·임도 코스에서는 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타스만 엑스-프로'(X-Pro), 공도 코스에서는 ‘익스트림’ 모델 운전대를 잡았다.

먼저 행사장 근처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 약 5.2㎞ 구간에서 ▲최대 800㎜ 깊이의 물속을 달리는 도강 코스 ▲진흙과 자갈로 구성된 모굴 주행 ▲높은 경사의 업앤다운힐 코스 ▲높은 경사각 주행 능력을 체험할 수 있는 사이드힐 코스 ▲서스팬션 강성을 체험할 수 있는 범피 코스 등을 주행했다.

코스 구성에서 기아의 타스만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오프로드 주행 성능 시험을 위해 모래와 자갈을 퍼나르고, 깊게 파인 구덩이와 급경사 등 인위적으로 코스를 조성했다.

타스만 연구원들이 더욱 가혹한 시험 환경을 요구했으나, 안전을 문제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오프로드 주행이 처음인만큼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바퀴 절반 이상이 잠길 정도의 수심이 깊은 물길을 달렸다. ‘물이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달리 거침없이 물살을 갈랐다.

약 800㎜ 깊이의 물길을 달리면서 웬만한 폭우에 차가 잠겨도 침수로 인한 폐차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아가 브랜드 최초로 에어인테이크 흡입구를 측면 펜더 내부 상단 950㎜ 높이에 위치시키고 흡입구 방향도 차 진행방향과 반대로 배치해 도하 시 흡기구를 통해 엔진으로 물이 유입되는 상황을 방지한 것이 물속 주행을 도왔다.

범피 구간에서는 단단한 하체 시스템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부 바퀴가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석에서는 그냥 울퉁불퉁한 길을 지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드 힐을 돌파하는 과정도 인상 깊었다.

바퀴 2개만 지면에 닫는 지형에서 차가 45도 가까이 기울어 옆으로 넘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잠시, 손쉽게 기울어진 경사면을 탈출했다.

차가 기울어지면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넘어갈 위험이 있지만 타스만에는 두 개의 굵은 프레임이 크로스멤버로 연결된 형태의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구조가 적용됐다. 보디 온 프레임은 일반 승용차 대비 무거운 하중을 잘 견딜 수 있어 기울어진 오프로드와 같은 다양한 험로 주행을 뒷받침한다.

도로 상황에 반응하는 '오토 터레인' 모드를 적용하니, 고르지 않은 지면에도 바퀴가 헛돌거나 미끄러짐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눈길, 모래, 진흙 등 도로 상황에 따라 4개의 구동 모드(2H·4H·4L·4A)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웬만한 험지에서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험로 주행시 차량 하부를 비춰주는 그라운드뷰 모니터는 상당히 유용했다. 오프로드 주행시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카메라를 통해 사각지대를 체크하면서 주행할 수 있는 점은 상당히 편리한 기능이라 생각됐다.

차가 마치 뒤집어질 듯한 높이 8m, 경사 25도의 인공 언덕을 넘을 땐 험로에서 최대 10㎞ 미만의 주행을 유지하는 X-트렉 모드를 사용했다.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사가 꽤 높은 지대였음에도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대 조작에만 집중할 수 있어 피로감이 적었다.

물길을 달리는 타스만./기아
물길을 달리는 타스만./기아
인공언덕을 주행하는 타스만./기아
인공언덕을 주행하는 타스만./기아
임도를 달리는 타스만./기아
임도를 달리는 타스만./기아
공도 코스를 주행하는 타스만./기아

이어 소양호 인근에서 만해마을을 왕복하는 70㎞짜리 공도 코스를 주행했다.

국도를 달려보니 픽업이 도심 주행에 불리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우선 픽업 치고는 주행감이 상당히 경쾌했다.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281마력(PS), 최대 토크 43.0㎏f·m의 동력성능을 갖춘 덕이 아닌가 싶다.

육중한 차체를 엔진이 버거워하는 느낌이 거의 없이 고속도로에서도 날렵했다.

여기에 안전 기능도 대거 도입돼 일반 승용 모델들에 준하는 스마트함도 확보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운전 스타일 연동)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차로 유지 보조 2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전방 주시 경고 카메라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픽업트럭 특성상 시끄러울 법도 한데 차량 내부가 제법 조용했다.

풍절음, 노면 소음도 깔끔하게 잡아냈다. 140㎞ 이상 주행할 때 풍절음이 들리기는 했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픽업트럭의 단점으로 여겨지는 좁은 2열 공간도 평균 체형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여유 있을 정도로 넓었다. 2열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어 SUV와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2025년 4월 1일 강원도 인제에서 기아 타스만을 타고 임도 코스를 주행해 산길을 올랐다./사진=김지훈 기자
2025년 4월 1일 강원도 인제에서 기아 타스만을 타고 임도 코스를 주행해 산길을 올랐다./사진=김지훈 기자

임도 코스에선 타스만의 강점이 오프로드 주행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임도 코스는 산지에 가까웠다. 크고 작은 돌과 바위를 넘어야 하는 비포장도로였다. 주행상태를 '오프로드'로 변경해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산길을 주행하면서 큼직한 돌과 움푹 파인 구덩이가 있어 차체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흔들림이 적어 인상 깊었다.

진흙길로 조성된 가파른 경사 구간에서는 사륜 저단 기어로 체결하는 '4L' 모드로 주행해 강력한 토크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일반 SUV였다면 뒤로 밀리거나 바퀴가 헛돌 법한 길인데도 가뿐하게 언덕을 넘었다.

거친 산길을 달리면서 길 바로 옆이 절벽에 가까워 현재 노면 상태가 얼마나 가파르고 뒤틀렸는지 가늠이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클러스터를 통해 차량의 피치(앞뒤로 기울어진 정도)와 롤(좌우로 기울어진 정도)을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DBC(다운힐 브레이크 컨트롤) 덕을 많이 봤다. 급경사 내리막에서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는 DBC 기능을 통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속도를 유지하며 내리막 주행이 가능했다. 

타스만은 디자인적 요소로 다소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픽업차 량과 달리 오히려 디자인에서 오는 강점이 컸다.

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픽업이라는 장르 특성과 달리 기아의 최신 디자인 언어와 보디 온 프레임의 강건함을 담아내 세련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기아는 타스만 전면부의 ‘타이거 페이스’ 및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측면부의 견고한 차체 형상으로 픽업의 웅장하고 대담한 느낌을 연출했다. 또 펜더에 위치한 ‘사이드 스토리지’와 후면 범퍼에 적용한 ‘코너 스텝’으로 실용성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강인한 픽업의 콘셉트를 잘 살렸으면서도, 기아의 아이덴티티를 잘 담아냈다.

엔터테인먼트적으로는 담백하다. 인포테인먼트 기능들이 차를 기동하는 데에 집중돼 있다. 오프로드 주행이 취미인 운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겠지만, 기존 SUV 운전자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실연비가 5~6㎞인 점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가격은 타스만의 강점 중 하나다.

타스만의 가격은 기본 모델 ▲다이내믹 3750만원 ▲어드벤처 4110만원 ▲익스트림 4490만원이며 특화 모델인 ▲X-Pro는 5240만원이다.

이번 시승에서 체험했던 타스만의 가격은 ▲X-PRO(더블픽업 가솔린 2.5T 4WD A/T X-PRO 기본형) 5595만원 ▲익스트림(더블픽업 가솔린 2.5T 4WD A/T 익스트림 기본형) 5230만원이다.

오프로드 강점에 준수한 온로드 주행 성능, SUV 못지 않은 높은 편의성에 멋진 외관까지 갖춘 만큼 기존 픽업 수요 외에 SUV 수요까지 끌어올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든다.

기아 타스만 내부 2열 공간./사진=김지훈 기자
기아 타스만 내부 2열 공간./사진=김지훈 기자
기아 타스만./사진=김지훈 기자
기아 타스만./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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