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일 심야회의 검토 끝에 파견요구 불응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 밤 계엄사령부가 사법부에 판사 등 필요한 인원을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이같은 요구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 포고령 1호 발령 이후 계엄사 측으로부터 업무상 필요한 인원을 보내라는 파견 요청을 접수했다.
계엄법 8조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계엄법 시행령 2조에 따르면 계엄사가 원할 경우 필요한 인원을 파견 받을수 있고, 파견을 요청 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여기에 응해야한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3일 심야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행정처는 회의 결과 계엄사의 요구사항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 측은 계엄령의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중심으로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필요한 부분을 검토했다. 당시까지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일단 계엄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계엄선포 이후 청사로 출근했다. 이후 대법원 내부적으로 계엄선포의 효력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대법원은 계엄령 관련 사안이 향후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식적 입장이나 의견 표명은 하지 않았다.
내부 검토 역시 계엄사의 요궁에 따른 대응을 위한 내부 차원의 논의로 한정했다.
대법원의 파견 불응과 함께 일선 법원에서도 계엄법에 따른 조치 여부에 대해 따로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계엄사의 요구를 따르지 않고, 예정된 재판을 연기하거나 군사법원으로 관할이 바뀌는 사건을 파악해 이송하는 등의 지침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4일 오전 출근길에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사법부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사법부 본래의 역할이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후에 그런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한번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
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위헌, 위법성이 뚜렷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법부가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