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완전히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NYT "윤 대통령 책략, 역효과 불러"
요미우리 "이시바-윤 정상회담, 일정 변경 가능성"

[포쓰저널=송신용 기자]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 주요 외신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소동에 대해 속보와 분석 기사를 쏟아내며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권 최고 민주화 국가로 인정받던 대한민국에서 느닷없는 친위 쿠데타성 계엄사태가 발발하자 외신들도 적잖이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CNN은 3일(현지시간) "부패 혐의를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는 이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CNN은 윤 대통령의 이번 계엄령 선포 배경을 허약한 정치 기반과 낮은 지지율로 꼽았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는 CNN에 "(보수 진영 입장에서) 외부인이라는 점이 윤 대통령의 입지를 제한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CNN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스캔들을 언급하며 "이것이 그의 취약한 인기를 갉아먹고 있다. 계엄령 이전에 실시된 가장 최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9%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과 군이 국회의 표결을 받아들일 지 불투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수요일 새벽에 대국민 연설 진행하며 계엄령을 종료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시간)화요일 밤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포는 많은 한국 국민을 분노하게 했으며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전에 한국에서의 군사적 통치 방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명령은 겨우 6시간 정도 지속됐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민주주의로 알려진 한국에서 광범위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WP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전에 야당에서 관련 소문이 나온 적이 있다며 "윤 대통령의 결정은 충격이었지만, 완전하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몇 시간 만에 (계엄) 명령을 철회했다"며 "수천 명의 시위대는 서울에서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 중 하나(한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으며, 평화적인 반대를 억압하고 경찰국가를 만들었던 전후 독재정권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며 "윤 대통령의 책략은 긴박한 밤 사이에 역효과를 낳았으며 서울에서 해가 뜰 무렵 그는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 관련 "야당이 장악한 의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상징적 조치"라는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의 발언 등을 소개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윤 대통령은 탄핵 가능성에 직면했는데, (탄핵)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 선호를 하기 전에도 가능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나탈리아 슬래브니 허드슨센터 38노스 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정치적 다원주의의 강력한 역사가 있으며 대규모 시위와 신속한 탄핵에 낯선 나라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이 작성한 문답 형식의 홈페이지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직자) 탄핵 시도를 언급하면서 야당이 '입법 독재'를 하고 있어 통치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야의 충돌 상황을 소개한 뒤 "북한은 이번 혼란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선전(공세) 목적으로 악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4일 새벽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의 국내적 생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며 "계엄령 선포를 뒤집기 위한 국회의 신속한 움직임, 지지율이 10%대인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 확산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언론은 이날 조간신문 1면에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사를 크게 싣고 홈페이지 상단에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배치했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달 방한 추진 계획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 방한 문제와 관련해 "향후 상황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내년 1월에 이시바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해 왔지만,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교도통신은 비상계엄 선포부터 포고령 발표, 국회 표결, 비상계엄 해제 등 일련의 사건을 신속하게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해제한다고 4일 새벽 밝혔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해 어려운 국정 운영을 강요받았다"며 "사태 타개를 노리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강경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모두 비판을 강화해 구심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별도 분석 기사에서 "(한국)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면서 "강권정치 시대로 퇴보한 듯한 강경책에 혼란이 확산했다"고 해설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윤 대통령이 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이러한 수법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고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윤 대통령이 야당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및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개선 흐름이 이어졌던 양국 관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는 "국교정상화 60년에 맞춰 관련 행사 검토가 이뤄진 가운데 계엄령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듯하다"고 보도했다.
이달 방한을 추진해 온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날 "특단의 관심을 갖고 사태를 주시하겠다"고 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방위상은 지난달 21일 라오스에서 열린 제11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개최하고 나카타니 방위상의 연내 방한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2015년 이후 9년 만의 일본 방위상의 방한이 성사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미우리는 계엄 선포로 한국에 있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주한 일본대사관은 자국민에게 "구체적인 조치는 명확하지 않지만 향후 발표 등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요미우리는 전날 밤 원화 가치 하락을 계기로 외환시장에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49엔대에서 148엔대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국이 불안해져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날 오전 뉴스 첫머리로 한국 비상계엄 소식을 다룬 일본 공영방송 NHK는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만난 일본인이 한국행에 앞서 불안감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한국 여행을 계획한 일본인 가족은 NHK에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뉴스 등을 보고 불안해져서 결국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HK는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의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