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 대항 공개매수 말고 다른 방안 강구하라는 지시"
김 측 "'가져오라' 말 한 적없어..검찰 주장 작위적"
재판부, 김범수 보석 청구엔 언급없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024년 7월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024년 7월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58) 경영쇄신위원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 등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15일 카카오 경영진 회의(테이블)에서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오라"고 발언했다는 부분을 두고 양측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해당 발언에 대해 "이제 가져오라는 것은 인수을 늦추거나 실패하지 말고 인수하라는 것"이라며 "평화적이라는 말은  다투는 모습, 즉 대항 공개매수을 하지 말고 (하이브 인수를 저지할) 다른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당시 에스엠을 상대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었는데, 인수 목적을 숨겨야 소송에서 유리하고 저가에 지분을 인수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 측은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작위적인 것이며 객관적 증거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김앤장)은 "김 위원장은 2월 15일 투자테이블에서 '가져오라'는 말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김기홍, 홍은택, 김성수 등 모든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이 평화적으로라고 한 것은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가져오라고 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평화적으로 하라'는 표현에 대해선 "이왕 인수하게 된 것 잘해보라. 주가 오르면 협상 어려운 상황이니 주가가 오르지 않게 하라는 당연한 언급을 했을 뿐"이라며 "보안 문제에 대한 언급이지 에스엠을 인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은 시세 고정· 안정 목적을 위한 일련의 매매행위만 있으면 성립하고 김 위원장의 지시도 이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투자전략실 직원 대화 등을 통해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2023년 2월16~28일) 중 진행된 카카오의 입장문 발표 목적도 에스엠 주가 부양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2월27일 낸 입장문에서 “현재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하이브가 ‘카카오가 에스엠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는 입장을 내자 이를 반박하면서 낸 것인데, 당시 시장에는 이를 계기로 카카오의 지분 확대로 인한 에스엠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검찰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 위원장은 사실상 카카오의 최고의사결정권자 지위에 있으며 그의 결정이 곧 사업 방침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은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 사임 이후에도 임원 임면, 보상결정 등을 논의하는 공동체 인사테이블, 카카오 투자테이블에 참여하며 경영의사를 결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사업협력을 통해 에스엠을 우회적으로 인수하는 방법을 고안해 김 위원장에게 단독으로 보고했고 이 단독 보고만으로 사업협력 계획이 승인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절대적 승인권자"라고 했다. 

검찰은 "장내매수 목적이 하이브와 대등한 지분 확보였다는 주장은 허위이고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가 명확하다"며 "김 위원장은 의도와 목적을 익히 알면서도 이를 최종 승인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투자전략실 직원들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모른채 추측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검찰은 김 위원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그 부분을 논의하고 승인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측에서 인수 목적이 없었다고 전제하지만 피고인들이 인수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 적은 없다"며 "에스엠 인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사회적 비판을 잘 알고 있어 계열사 확장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나흘에 걸쳐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총 2400억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이상으로 끌어 올린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너스 등과 공모해 에스엠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7월 23일 검찰에 구속된 뒤 8월 8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위원장은 이달 10일 보석을 청구해 16일 보석 심문이 진행됐으나 이날 재판부는 보석 허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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