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종로구 SK서린빌딩서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18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과 관련해 "합병후 SK E&S의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를 유지하겠다"며 "상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SK온의 크고 중요한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내년쯤 되면 SK온의 자금 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1대 1.19'의 합병비율과 관련해선 "SK이노베이션을 100으로 봤을때 SK E&S가 58%로 평가된 것"이라며 "양사가 가진 현재의 사업 역량이나 미래 성장력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으로 앞으로의 주가는 합병 시너지를 얼마나 잘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합병 반대 가능성에 대해선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해 우호적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양사간 시너지를 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합병 후에도 SK E&S를 독립적 경영이 가능한 회사로 남겨둘 것"이라며 "양사 합병의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SK E&S와 함께 공동 시너지 TF, 일종의 ‘시너지 사업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8월 2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11월 1일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다음은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합병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합병을 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에너지 시장의 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였고 AI(인공지능)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에서 이 수요를 예전처럼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최근엔 수요자들이 '넷제로'에도 부합하는 토털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가 SK이노베이션의 큰 과제였다. 사실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올해 초부터 이사회와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하면서 고민을 거듭해 왔다.
그룹차원에서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가져갈 것인가에 고민이 많았다. 특히 여러 가지 대외 환경을 감안할 때 에너지를 하고 있는 두 개 회사의 통합이 주주가치, 또 앞으로 한국의 에너지 발전에 꼭 필요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번 합병은 앞으로 5~10년을 내다보고 진행했다.
아울러 양사의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공동 시너지 TF, 일종의 '시너지 사업단' 같은 것을 만들어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만들겠다.
- 합병으로 인해 주식 수가 증가, 주당 적정 가치가 낮아져 주주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는.
▶ (박상규 사장) 합병 비율이 1대 1.2인데, 이게 보통주 간의 교환이다. 기업 가치 측면에서 SK이노베이션이 상장사다 보니 시가 기준이 10조8000억원으로 평가가 됐고 SK E&S가 6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SK이노베이션을 100으로 봤을때 SK E&S가 58%로 평가된 것이다. 양사가 가진 현재의 사업 역량이나 미래 성장력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주가가 긍정적인 면이 있지 않나 기대된다. 이런 부분은 저희가 합병 시너지를 얼마나 잘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주주 환원에 관심이 많을텐데, 기본적으로 내년에 약속한 배당금 2000원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또 SK온의 상황이 업턴으로 돌아서면 주주 환원 정책을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다.
-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안 좋고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에는 저평가 얘기가 있을 정도인데, 합병 시점을 지금으로 한 이유는.
▶ (박상규 사장) 최근 회사 주가가 강세를 못 보이고 있는 점에 대해선 대표로서 죄송스럽다. 하지만 이번 합병은 타이밍이 있는 이슈다.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며 토털솔루션 에너지나 넷제로 등으로 미래 시장이 전개될 것 같은 상황인데 이런 관점에서 좀 더 미래를 보고 지금 타이밍이 적기라는 판단을 했다.
양사의 사업 역량면에 있어서도 서로 흩어져 있는 것보다 합쳐서 시너지를 만들어야 향후 에너지 산업에서의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 합병 계약서를 보면 KKR 상환 우선주가 이슈가 될 것 같은데 합병 기일 전에 전부 상환 또는 감자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 KKR 상환우선주는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해 우호적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이다.
- 합병에 있어서 내부 구성원들 간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불만들이 제기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조율해 나갈 계획인가.
▶ (박상규 사장) 합병의 특성상 워낙 이해관계자가 많다. 또 일정 부분 결정되기 전까지 주식 관련 보안이 필요해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못 드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양사 구성원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잘 설명할 계획이다.
▶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 SK이노베이션이 상장사이기 때문에 공정공시 법적 요건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의사 결정이 되기 전까지 구성원들에게 디테일한 설명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합병의 배경과 목적을 보면 미래 에너지 시장은 2차 에너지인 전기로 수렴되고 있다. 또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추세를 보면 대부분의 에너지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그래서 양사가 합병을 했을 때 미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과 경쟁력도 확보하고 지속적인 생존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판단을 했다.

- 합병후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유지하는 배경은. 향후 상장계획은.
▶ (박상규 사장) SK E&S 관련 상장 계획은 전혀없다. 현재 제일 중요한 건 SK E&S 기존 조직이 갖고 있는 결집력, 역량 등이 훼손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현재와 같은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K E&S와의 화학적 결합은 지금은 어렵고 CIC 체제를 유지하며 양사간 시너지 포인트를 찾는게 급선무다.
▶ (추형욱 사장) 기존 SK E&S의 사업 운영 체제, 책임 경영 체제 이런 것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합병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체제로 가져갈 계획이다.
- 합병 이유로 3가지를 제시했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내용은.
▶ (박상규 사장)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사업이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때문에 배터리나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같이 가져가려고 상당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최근 캐즘이 발생하며 주식시장에서 회사에 대한 우려가 생긴 것 같다.
제가 대표로 취임하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느낀게 전기차 시장의 캐즘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의 캐즘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근데 이 문제는 저희만 고민하고 있었던 게 아니고 그룹 차원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미래 에너지 시장은 토털솔루션을 요구하는데 이를 놓고 고민하다 포트폴리오의 중간을 연결해 줄 수 있는 다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고객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양사가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양사간 시너지 포인트를 찾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한다.
- SK온이 상장 할텐데, 프리IPO로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과 별개로 합병된 SK이노베이션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할 계획인가.
▶ (박상규 사장) SK온 이슈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지금 전문가들 사이에도 배터리 캐즘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여러 의견이 나뉜다. 또 미래 시장을 예측해 본다면 한 치앞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내년에 또 어떻게 시장이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SK온을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SK온의 대부분 크고 중요한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아마 내년쯤 되면 SK온의 자금 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계열사 내부적으로 추가 인수합병이나 사업 재편이 예정된게 있나.
▶ (박상규 사장)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이 진행되다 보니 여러 이슈들이 있다. 그중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이번 합병은 미래를 위한 큰 변화고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또 SK온과 SKTI, SK엔텀의 합병도 큰 변화다. 때문에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은 현재 조직 간 시너지를 내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추가적 변화를 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우선 조직의 역량, 시너지 포인트 이런 부분들에 포커스를 집중할 계획이다.
- SK온과 SKTI, SK엔텀 합병과 관련해 SK온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 (박상규 사장) SK온의 경우 이번 합병을 놓고 FI(재무적 투자자)들은 긍정적 조치라고 판단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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