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송 문의 응대하기 위해 대화채널 운영한 것"
대책위 “업무 지시 카톡 채널 폐쇄 중.. 증거인멸”
장씨 부친 “대리점 굿로지스 대표 1.5억에 합의 종용”

2024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진행된 쿠팡CLS 택배노동자 과로사 관련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2024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진행된 쿠팡CLS 택배노동자 과로사 관련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문기수 기자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쿠팡 택배 노동자 고(故) 정슬기씨의 사망 원인이 쿠팡CLS 직원들의 과도한 추가업무 지시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쿠팡 측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카카오톡 채널은 문의사항 처리용이지 업무지시용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노총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3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명 대회의실에서 ‘쿠팡CLS 과로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강민욱 과로사대책위 집행워원장은 간담회에서 “쿠팡CLS는 현재까지도 정슬기씨와 직접 고용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근로 형태를 보면 그는 대리점 소속직원이 아니라 마치 쿠팡에 직접 고용된 정직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고 주장했다.

정슬기씨의 고용관계는 쿠팡CLS가 택배영업점과 계약하고, 정씨는 택배영업점과 계약한 구조였다.

계약대로 하면, 쿠팡CLS가 택배영업점에게 택배 배송을 위임하고, 택배영업점이 정씨 같은 배송기사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형태가 돼야한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쿠팡CLS는 배송캠프 별 카카오톡플러스 친구 계정을 운영하면서 택배영업점 기사 한명 한명에게 직접적인 업무를 지시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정씨와 쿠팡CLS 배송캠프 카카오톡 계정간의 대화를 보면 ▲업무 시작 시간 보고 ▲하루 배송 완료 총 수량 보고 ▲배송 업무 중 보고 및 지시 ▲추가업무지시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수 있다"고 했다.

또 "모든 업무지시가 쿠팡CLS 관리자를 통해 이뤄졌는데 그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쿠팡CLS가 정씨의 사망으로 이같은 업무형태가 문제가 되자 쿠팡CLS 캠프별 카카오톡 계정 폐쇄를 진행하는 등 증거인멸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증거인멸의 증거로 쿠팡CLS 내부 공지문을 공개했다.

공지문에는 "쿠팡CLS의 ‘벤자민'(직원의 영어닉네임)은 3일부터 송파5캠프 채널부터 순차적으로 운영을 중지한다" "카카오톡 채널 운영을 중단하는 대신 캠프는 영업점과 ‘팀즈방’을 새롭게 개설해 소통을 이어간다" 는 등의 내용이 실렸다.

팀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업무용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쿠팡CLS가 택배사업자가 준수해야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쿠팡CLS의 택배사업자 등록증을 회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 국장은 “생활물류법에 따르면 택배사업자는 표준계약서에 기반한 택배위수탁 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 이같은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택배사업자 등록증 자체가 배부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생활물류법은 ‘택배사업자는 화물의 집화, 배송 등 생활물류서비스의 업무 위탁에 사용하기 위해 표준계약서에 기초해 작성한 위탁계약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 국장은 "쿠팡CLS의 영업점인 굿로지스와 장슬기씨의 택배위수탁계약서를 보면 택배 배송 구역이 명시돼있지 않고, 계약기간도 없고, 원청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해고될수 있게 돼있으며,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항목도 없다"며 이는 불법 계약서라고 지적했다.

장씨의 부친은 택배영업점인 굿로지스 대표가 장씨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는 대신 돈으로 회유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 부친은 “굿로지스 대표가 처음엔 산업재해 처리를 해주겠다고 말했다가, 몇일 뒤에 산재를 해줄 수는 없고 대신 1억5000만원을 줄테니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며 "나중에는 자신이 아는 노무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쿠팡은 정씨가 사망하게 된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업무량 등은 자신들이 정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지난달 27일 밝힌 바 있다. 

쿠팡은 당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의 업무시간과 업무량은 전문배송업체과 택배기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며, CLS는 택배기사의 업무가 과도하지 않도록 전문배송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이날 대책위 주장에 대해선 "CLS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택배기사의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대화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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