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해외우려기관' 구체기준 확정
중국 내 법인 등록회사는 모두 FEOC
중국 영향 지분 25% 미만 합작사만 보조금
中 부품·광물 최소허용량 미소기준은 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EV)공장을 찾아 시승하고 있다./로이터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EV)공장을 찾아 시승하고 있다./로이터연합 

 

[포쓰저널] 미국 정부가 1일(현지시간) 확정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관'(FEOC) 지침에서 중국 산 배터리의 미국 시장 진출을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한국 전기차 배터리업계에는 중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기업과 한국 등 제3국 기업이 합작회사 설립시 중국 정부 영향을 받는 지분율을 25% 미만으로 제한한 것도 단기적으로 일부 한국 기업에도 지분정리 부담이 발생하지만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사업을 막는 반사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침이 FEOC 배터리 부품· 광물의 허용량 최소 기준치인 미소기준(de minimis)을 2% 미만으로 한 것도 중국 산 배터리의 미국 시장 진출에 결정적 장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소기준에 따른 규제 면제도 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는 예외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EV 차량에 탑재된 부품·광물에 대한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미소 기준을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상 자동차와 같은 25% 수준을 요구해왔다.

미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이날 이런 내용의 'IRA 세액공제 관련 FEOC 개념 정의 지침'을 발표하고 4일(현지시간) 연방정부 관보를 통해 공개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EOC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북한·이란 정부가 소유·통제·관할하는 법인으로 정의됐다. 사실상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겨냥했다.

국영기업은 물론 중국 등 우려국가에 법인등록을 한 외국기업도 해당된다.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들도 현지에서 생산된 베터리 부품이나 핵심광물, 셀 등은 미국 내 판매 EV 제조사에 납품할 수 없다.

​FEOC의 배터리 '부품'을 탑재한 EV에 대해서는 2024년부터 IRA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는다.

2025년에도 배터리 '핵심광물'에도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

중국기업이 한국 등 제3국에서 외국 기업과 합작회사(JV)를 설립해도 중국 정부와 관련된 합작회사 지분이 25% 이상이면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중국 정부가 합작회사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지분을 25% 이상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면 합작회사를 '소유·통제·지시'하는 것으로 본다.

 '정부' 의 개념과 관련, 지침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 정부기관 뿐 아니라 중국공산당, 전·현직 고위당국자와 그 직계가족 등으로 폭넓게 정의했다.

합작 대상이 중국 국영기업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라고 해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제한선으로 제시된 '25%'는 미국 반도체과학법 (CHIPS and Science Act)상 기준과 동일하다. 칩스법도 중국 정부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과 합작사업을 하는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당장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현실론에 따라 중국 지분율을 50%까지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조 맨친 상원 에너지위원회 위원장 등 대중 강경파를 의식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부장관이 절충점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배터리 업체들이 이번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부분이었는데,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했거나 추진 중인 기업들에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한국 업체들은 배터리 소재나 광물 조달에서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특히 양극재 소재인 전구체의 경우 국내에 한-중 합작 공장이 우후죽순 추진되고 있다.​

한국

중국

합작내용

LG화학

화유코발트

새만금산단 전구체 공장

에코프로, SK온

거린메이(GEM)

인도네시아에 전구체 원료 니켈 정제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야화

모로코에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

포스코홀딩스

CNGR

포항4산단 전구체 원료 황산니켈 생산 공장

포스코홀딩스, GS에너지

화유코발트

광양 블랙파우더 공장

포스코퓨처엠

CNGR

포항4산단 전구체 공장

포스코퓨처엠

화유코발트

포항블루벨리산단 전구체 및 니켈 생산 공장

 

문제는 합작비율인데, 중국 측 지분율이 50%를 넘는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들 합작사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미국 내 판매 EV 제작사에 납품하려면 향후 1년 안에 중국 측 지분을 대거 사들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CNGR과 포항 영일만 4산단 내에 짓기로한 전구체 제조 합작사의 경우 CNGR 지분율이 80%에 달한다.

포스코홀딩스가 포항에 건설하기로 한 황산니켈 제조사의 CNGR 지분은 40%다.

배터리 공급망을 중국에 많이 의존해온 배터리 업계로서는 단기적으로는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의 지분 이외에 다른 조건도 조밀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에너지부는 중국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특허 사용권(라이선싱)을 포함한 계약을 통해 합작회사의 배터리 부품과 소재, 핵심광물 생산에 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FEOC의 통제를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선싱을 포함한 계약이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중국과 계약하는 기업이 생산량과 생산기간을 직접 결정하고, 모든 생산현장과 생산과정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시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모든 지식재산권과 정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올해초 포드 자동차가 CATL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35억달러를 투자해 미시간에 합작 배터리공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해 파장이 일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포드-CATL 합작공장에서 만들 배터리가 FEOC 지침에 위반되는 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AP와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엄격한 규정을 마련함에 따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월 말 발표된 미 재무부의 IRA 보조금 지침에 따르면 EV 배터리에 포함된 핵심광물의 40%(2024년은 50%)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전격국가)에서 추출·처리돼야 한다.

미 재무부가 적시한 적격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바레인·캐나다·칠레·콜롬비아·코스타리카·도미니카공화국·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이스라엘·요르단·멕시코·모로코·니카라과·오만·파나마·페루·싱가포르·일본이다.

미 의회 내 대중 강경파들은 이번 FEOC 가이던스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 지침이 포드-CATL 협정의 적격성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보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맨친 위원장은 재무부가 중국산 일부 미량 필수 광물에 보조금 자격을 부여한 것을 비난하며 "이 불법적이고 부끄러운 제안된 규칙을 뒤집고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 75%를 생산하고 있다. 양극재 는 70%, 음극재는 85%에 달한다.

​리튬·코발트·흑연 처리 및 정제 능력도 50% 이상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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