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AI 권리장전 청사진' 규제 기본틀 제시
알고리즘상 차별보호, 데이터 사생활 등 규율
상,하원은 ‘국가인공지능위원회법’ 공동 발의
"미, 국제사회에도 AI 규제강화 요구 높힐 것"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미국 정부가 AI(인공지능)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혁신은 장려하되 AI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활발히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자국의 AI 기술 패권을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제무대에서도 규제 요구 강도를 높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미국 AI 규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나서 경쟁적으로 AI 규제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사무처 소속 김경신 미국 입법관은 "미국은 전 세계 AI 산업의 선두주자로, AI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을 장려함과 동시에 AI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활용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규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 산업의 급부상과 이에 따른 관심은 AI가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며 “미 정부의 AI 규제는 안전·보안·신뢰 등의 가치를 보호하며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AI 규제의 필요성은 최근 몇 년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기존 법률 내에서 AI를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은 지속돼 왔다. 관련 판례가 축적되고 있는 만큼 법리해석의 윤곽도 조만간 잡힐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보다 지능화된 AI에 관한 새 법률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챗GPT를 필두로 일반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며 AI 규제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
◇ 민·관이 나서 AI 규제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미 행정부 차원의 AI 규제 방안은 ▲연방기관에 대한 행정명령 ▲AI 권리장전 청사진 ▲빅테크 기업의 자발적 약속 등 3가지다.
김 입법관은 행정명령 중 가장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조항으로 ‘연방정부를 통한 부족한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과 인종적 형평성에 관한 행정명령’을 꼽았다.
김 입법관은 “해당 조항은 연방정부 기관이 AI 등 신기술을 설계·취득·개발·활용하는 과정에서 의도되지 않은 차별이 반영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 행정명령의 목적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한 ‘정부 내 신뢰 가능한 인공지능 활용 촉진’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으로, 공화·민주 양당 모두 AI의 차별성에 대한 우려를 인식한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31일 ‘AI 권리장전 청사진’을 발표해 향후 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제시한 바 있다.
AI 권리장전 청사진에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스템 ▲알고리즘상 차별 보호 ▲데이터 사생활 ▲고지 및 설명 ▲인간 대안·고려 및 대비책 등 5가지 항목이 포함됐다.
김 입법관은 “현재 백악관이 고려하는 AI 규제 방향은 특정 분야에서 AI 기술 활용을 금지하기보다 AI가 사용되는 제품이나 시스템에서 활용 정도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제품 소비 여부에 대한 선택은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맡기려는 방향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혐오나 차별은 적극적으로 규제할 의사를 표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I 권리장전 청사진을 토대로 바이든 행정부는 AI 산업 선두주자인 빅테크 7개 기업(아마존·앤트로픽·구글·인플렉션·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과 함께 자발적인 약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약속에는 안전·보안·신뢰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양상이 담겼다.
김 입법관은 자발적 약속은 현재 개발된 모델인 GPT-4·클라우드2·PaLM2·타이탄·DALL-E2 보다 더 강력한 미래 체계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기업의 자발적인 약속을 유도했다는 점과 미국의 AI 규제가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 ‘국가 인공지능 구상실’ 설립 등 기본 자문 조직 갖춰
미 입법부도 AI 규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117대 의회에서 AI와 관련된 법안은 총 235개가 발의됐고 이중 6개 법안이 통과됐다. 다만 그 범위나 목적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입법관은 통과된 법안 중 가장 실효성 있는 법은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의 일부로 통과된 ‘국가 인공지능 구상법’을 꼽았다. 이 법을 통해 미 의회는 ‘국가 인공지능 구상실’을 설립하는 등 기본적인 자문 조직을 마련했다.
김 입법관은 “하지만 이 법안도 AI가 안전하고 책임있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현재 추가 규제 입법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효과적인 AI 규제를 위해 현재 미 의회는 AI를 이해하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런 노력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상하원에서 동시 발의된 ‘국가 인공지능 위원회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같은 명칭의 위원회를 설립해 연방정부 차원의 AI 접근법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효과적인 규제 방법에 대해 의회에 보고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두고 있다.
김 입법관은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이 현재 미 의원중 가장 적극적으로 AI 규제를 다루고 있다”며 “슈머 의원은 ‘세이프 이노베이션 포 AI’ 프레임워크를 발표해 보안·책임·기반·설명·혁신이라는 AI규제의 주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슈머 의원은 미 의회의 규제 노력은 혁신이 그 기준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혁신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김 입법관은 미국의 AI 규제 움직임은 AI를 여러 위험군으로 분류해 강력히 규제하려는 유럽연합(EU)의 정책과는 궤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AI 규제 전략은 현재까지 AI 시스템이 인종, 성별, 장애 여부와 같은 요소를 토대로 사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는 금지하되, 이 외 AI 활용은 투명성과 보안성만을 보장해 혁신을 장려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는 AI 접목 분야를 위협 정도에 따라 여러 위험군으로 분류, 강력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유럽연합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미국의 AI의 규제가 자국의 기술패권을 유지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뒀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며 ”미 정부는 국제무대에서도 유사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AI 규제를 지속 추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