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제정 방안’ 국회 토론회
국내 해상풍력 0.12GW 불과..정부 2030년 목표 14.3GW
안호영 "환경성·투명성·주민 참여,3대원칙 후퇴해선 안돼"
백옥선 “이젠 국가가 입지 갈등 조정의 책임 지는 구도”
신지형 “입지 정보망 품질과 접근성, 시행령서 보완할 핵심 요소”

2025년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위한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옥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성열 기자
2025년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위한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옥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성열 기자

[포쓰저널=장성열 기자] 해상풍력특별법이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마련하게 될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에 가장 우선적으로 담아야 할 요소로 실질적인 원스톱 인허가 체계 구축이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해상풍력 사업이 부처 간 갈등·중복 절차·복잡한 심의 구조로 인해 장기간 표류해왔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며, 시행령이 단순히 ‘단일 창구’라는 기관 이름만 적어놓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국회에서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주관으로 열린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위한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는, 현행 인허가 체계가 해역 사용 허가, 환경영향평가, 어업 조정, 계통 연계 등 20개가 넘는 절차로 흩어져 있어 사업 기간이 5~7년 이상 지연돼 온 사례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사업자와 지역사회가 모두 예측 가능한 절차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행령 단계에서부터 총괄 조정권이 어디에 있는지, 부처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누가 최종 종결권을 갖는지, 각 단계의 협의·심의 기한을 어떻게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한 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승인된 것으로 간주하는 일종의 ‘의제간주 규정’과, 부처 간 이견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패스트트랙 절차, 단일 창구가 단순 안내창구가 아니라 실제로 조정력·결정권을 보유한 전담 기구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문제는 제도 부재가 아니라 기획·환경·어업·전기 등 여러 부처가 ‘동등한 검토권’을 갖고 있다 보니 누구도 책임 있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시행령이 이 구조를 명확히 재설계해야만 특별법이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올해 10월 기준 약 0.12GW로, 정부가 제시한 2030년 14.3GW 목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해양풍력 건설 활성화를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사업 인허가 간소화, 초기 사업 추진을 위한 배후항만 인프라 투자 보조,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완화, 자재·부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숙련 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화된 교육체계 구축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필요한 설치선박, 기초 구조물 운반선 등의 배후항만 확보가 뒤따르지 않으면, 실제 발전단지 착공 시기에 계속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호영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해상풍력특별법이 그 자체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첫 출발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시행령이 법의 정신을 얼마나 정확히 구현하느냐가 해상풍력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절차의 효율화는 필요하지만, 해상풍력 개발의 3대 원칙인 환경성·투명성·주민 참여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백옥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법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설명하며, 기존 인허가 체계가 갖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우선 특별법의 가장 큰 변화로, 입지 결정 책임을 ‘사업자’에서 ‘국가’로 전환한 점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사업자가 스스로 부지를 개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하면서 갈등 조정까지 떠안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계획 단계에서부터 입지를 지정·조정하고, 영향조사를 직접 수행해 그 결과를 기본설계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체계가 바뀌었다. 

백 교수는 “이제는 사업자가 아니라 국가가 입지 갈등 조정의 책임을 지는 구도”라며 “덕분에 사업자는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갈등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지만, 동시에 국가가 환경성·지역 갈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책임도 함께 커진다”고 설명했다.

특별법의 두 번째 변화로는 경쟁입찰 기반의 사업자 선정 방식 도입이 소개됐다. 기존의 전기사업법 체계와 달리, 특별법 체계에서는 발전사업 허가 이전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자가 먼저 선정되기 때문에 추후 법적 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 교수는 “사업자 선정 이후 실시계획 승인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를 상대로 한 책임 소송이 가능해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환경성 검토 체계도 대폭 조정됐다. 백 교수는 특별법이 환경영향평가·해양이용영향평가 등 기존 평가 제도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성 검토를 입지 단계부터 앞당겨 총량은 유지하되 절차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본설계 단계에서 직접 해양환경 영향조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입지 결정에 반영하도록 한 점, 사업자 평가와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기구로 ‘환경성평가 협의회’를 신설한 점이 대표적인 변화다. 

백 교수는 “이것은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 합리화에 가깝다”고 강조하며, 입지 단계에서 결정적인 환경 문제가 확인되면 예비지구 지정 자체가 해제될 수 있는 근거가 새롭게 마련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신지형 변호사(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자문위원)는 특별법 시행령에 요구되는 구체적인 환경 기준을 강조하며, 실제 시행령이 어떤 수준의 기준을 담느냐가 특별법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법이 환경 보호 의무를 국가와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입지 정보망의 환경 정보 기준, 예비지구 지정 요건, 정부 영향조사 절차, 민간협의회 구성 기준, 지구 지정 시 환경성 평가 구조, 사업자 선정 환경 평가 기준, 환경성평가 특례 운영 방식 등 핵심 기준 대부분이 법률에는 공백으로 남아 있어 시행령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입지 정보망에 대해 신 변호사는 “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문구만 있고, 제공할 정보의 정확도·조사 주기·계절조사 여부·데이터 공개 범위 등은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며 “정보의 품질과 접근성은 시행령에서 반드시 보완돼야 할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별법상 민간협의회 구성 원칙이 경제적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지역 환경단체나 생태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조정되지 않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 같은 중재기구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환경성평가 협의회가 향후 사업자 평가 항목을 정하고 정부 영향조사와 중복 여부를 조정하는 핵심 기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기존 환경영향평가 협의회가 형식적 운영, 회의록 비공개,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로 지적되어 온 만큼, 새 협의회는 구성의 객관성, 절차의 투명성, 공개성 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환경 평가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특별법을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전환을 대립적 가치가 아니라 조화의 관점에서 통합하려는 전향적 입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법률뿐 아니라 시행령·시행규칙·운영 단계 각각에서 개선될 부분이 많다며 시행령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위한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자문위원 신지형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성열 기자
2025년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위한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자문위원 신지형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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