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24·인터넷우체국·복지로·나라장터 등 먹통
진료기록, 질병보건·방역통합관리시스템도 장애
부동산 민원서류 온라인 발급 중단..교통 서비스도 차질
법원 전자소송포탈, 인터넷등기소 서비스도 차질

[포쓰저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647개 가운데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436개의 인터넷망 서비스가 멈추며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는 광주·대구센터를 합친 1600여개 정부 전산시스템 중 40% 가량이 몰려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26일 저녁 발생한 화재로 국정자원이 운영하는 647개 업무 시스템이 멈추면서 무인민원발급기와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정부24 등이 동시에 마비됐다.
국민신문고 접속이 끊기고, 내부 행정망인 '온나라시스템'까지 작동을 멈추면서 주말 근무를 위해 출근한 공무원들도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했다.
국정자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7일 오후 5시 기준 보고서를 통해 "전산시스템 647개 중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대국민 서비스가 436개이고 나머지 211개는 공무원 업무용 행정내부망 서비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동이 중단된 서비스에는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우체국 ▲ 보건복지부 복지로·사회서비스포털 ▲ 행정안전부 정부24·국민비서·모바일 신분증·정보공개시스템·온나라문서·안전신문고·안전디딤돌 ▲ 조달청 나라장터·종합쇼핑몰 ▲ 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등이 포함된다.
소방청은 이번 화재로 일부 영향을 받은 다매체 신고 중 119 문자신고는 112와 공동대응 체계를 가동해 응급조치를 완료했다.
정부는 일단 시스템 정상화 이후로 세금 납부 및 서류 제출 기한 등을 연장하고 재난문자와 네이버 공지, 카카오톡을 통해 국민이 기존 온라인 서비스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또 관공서 방문 전 서비스 가능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서비스의 심장부인 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디지털 정부 분야의 모범 사례로 꼽혀왔던 한국의 위상엔 흠집이 나게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청사진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 우체국 금융·우편·택배 서비스 중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터넷 우체국 등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
우체국 금융의 경우 입·출금 및 이체,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이용, 보험료 납부·지급 등 모든 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다.
택배 물량이 몰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체국 서비스가 마비 상태에 빠지며 우편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배송 전용 단말기(PDA)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배송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주까지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으면 우편물 접수·배송 처리가 전면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며 소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음 달 14일까지인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 전국 우체국을 통한 우편 물량이 작년보다 4.8% 증가한 일평균 약 160만개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사태 장기화시 물류 대란도 우려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입·출금과 이체 서비스 중단 상황에서도 우체국 예금·보험 계약 유지에는 영향이 없다며 보험료 납부, 환급금 대출 상환 지연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편 서비스의 경우 배달 예정인 소포 우편물은 배송 시스템을 오프라인 체계로 전환해 배달한다.
◆ 복지서비스, 진료기록 전산지원시스템, 질병보건·방역통합관리시스템 장애
보건복지부는 국정자원 화재로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 등 정보 시스템 운영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화재 여파로 복지서비스 종합포털 '복지로'(www.bokjiro.go.kr)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복지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의료·교육급여, 긴급복지지원, 아동수당, 기초연금, 에너지 바우처 등 각종 복지서비스 정보를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웹사이트다.
다만 각종 복지급여는 25일 대부분 지급돼 당장 급여 지급엔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전국 화장시설을 검색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사이트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도 현재 먹통이다. 복지부는 개별 화장장에 온라인 또는 유선으로 예약을 신청하도록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보건의료 관련 정보시스템 가운데 진료기록 전송지원시스템도 장애를 겪고 있다.
진료기록 전송지원시스템은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 환자의 동의를 받아 의료기관 간에 전산으로 안전하게 진료기록을 전송할 수 있게 구축된 시스템이다.
질병관리청의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과 방역통합정보시스템 등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질병청은 즉시 대응이 필요한 제1급 감염병, 원인불명 감염병 등은 질병청 종합상황실( 043-719-7979)로 유선 신고하고, 감염병 검사는 수기로 작성해 의뢰하라고 안내했다.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http://nip.kdca.go.kr)은 이용이 가능하며 예방접종력 조회도 차질없이 제공되고 있으나, 예방접종 증명서 출력은 전산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 은행 모바일신분증 발급, 본인확인 서비스 중단
은행권에 따르면 모바일신분증 발급을 비롯해 주민등록증·여권 등을 이용한 본인확인 서비스가 중단됐다.
대부분 은행에서 실물 운전면허증을 통한 본인확인만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이번 사고로 금융권에서는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등 신분 확인 서비스 ▲인터넷 지로·과금 납부 등 행정기관 연계 서비스 ▲우체국 연계 서비스 등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대출 한도 조회와 관련 서류 제출, 우체국으로의 이체·계좌조회, 국고금 납부, 국민 비서 서비스 등도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 법원 전자소송포탈, 인터넷등기소 서비스도 차질
법원 전자소송포털과 인터넷등기소 일부 서비스도 차질을 빚고 있다.
법원 전자소송포털과 인터넷등기소는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인터넷등기소 일부 서비스 불가 안내' 공지를 올리고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를 안내했다.
법원 전자소송포털에서는 진행 중인 소송 일정과 내용을 확인하고 각종 소송 서류 제출, 소송비용 납부, 판결문 전자송달 신청 등을 할 수 있다.
현재 국정자원 화재로 ▲ 내·외국인 실명확인 ▲ 주민등록정보 등·초본 연계 ▲ 등록면허세 납부조회 ▲ 전자문서지갑 전자증명서 첨부 ▲ 휴대전화 알림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인터넷등기소도 실명 확인을 비롯해 ▲ 토지 이용계획 조회 ▲ 전자신청 시 도로명 주소 검색 연계 ▲ 서울시 이외 타지역 등록면허세 연계 ▲ 주민등록정보 등 행정정보 첨부문서 연계 ▲ 인터넷 발급 시 전자지갑 확인·제출 서비스가 중단됐다.
다만 부동산·법인 등기부 열람 및 발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등기 전자신청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진는 제출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는 행정안전부 전산과 연계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도 전자신청 우선 제출이 가능하고 미비점은 추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출입국 사실증명, 변호사시험 합격증명서 발급 등 정부24 홈페이지를 거치는 일부 서비스만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교도소·구치소 접견 예약 등은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주요 경제부처 전산망, 조달청 '나라장터'도 먹통
주요 경제부처 전산망도 먹통이 되며 관련 대국민 서비스에는 차질이 예상된다.
재정정보 포털인 기획재정부 '열린재정',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 등도 접속되지 않고 있다. 기재부 및 산하 기관 홈페이지 접촉도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통관시스템인 관세청 '유니패스', 세무시스템인 국세청 '홈택스'는 별도 서버망 등으로 이번 화재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은 27일 "통계청 홈페이지, 국가통계포털(KOSIS), 통계데이터센터(SDC), 마이크로데이터(MDIS), 통계지리정보(SGIS) 등의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지표 발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30일 '8월 산업활동동향', 내달 2일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예정대로 발표될 예정이다.
◆ 버스·철도·항공 등 일부 교통 서비스 차질
국토교통부는 정부 전산망과 연계된 버스·철도·항공 등 일부 교통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버스·철도 승차권은 다자녀·국가유공자·장애인 할인 혜택 신청을 위한 인증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스템이 마비된 우체국 체크카드 결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철도·버스 할인 승차권을 예매·발매할 때 실물 신분증 등의 증명 서류를 지참하고, 우체국 체크카드 외의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아울러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할 때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정부 모바일 신분증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시스템 복구 시까지 신분증 사본(사진·팩스 포함), 정부 기관 대체 누리집(전자 가족등록 시스템, 교통민원24, 세움터, 홈택스, 국민건강보험 등), 민간 앱 등으로 신분 확인 인정 범위를 한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365 누리집에서도 자동차 신규·이전 등 등록 민원에 대한 온라인 신청이 불가능하다. 다만 자동차 검사는 이날 오전 9시께부터 복구돼 정상 진행 중이라고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밝혔다.
정부 전산망 장애로 택시 기사 자격 신청·등록, 자격증 발급 등을 할 수 있는 택시 운수종사자 관리시스템에도 오류가 빚어지고 있다.
기타 국토부가 운영하는 화물운송 실적관리 시스템, 국가 물류 통합정보 시스템, 부동산 종합공부 시스템, 지적재조사 행정 시스템 등도 접속이 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민간 택배, 화물 등 물류 수송에는 차질이 없으나 지속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토지·임야대장 등 부동산 민원서류 온라인 발급·열람 중단
국토교통부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일사편리'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지·임야대장, 공유지연명부, 대지권 등록부, 지적·임야도, 경계점좌표등록부, 부동산종합증명서 등 민원서류 8종의 온라인 발급·열람 서비스가 중단된 상황이다.
애초 이 가운데 토지·임야대장, 공유지연명부, 대지권 등록부 등 4종은 시·군·구청과 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를 통해 평일·주말에 24시간 발급받을 수 있었으나 이날 오후부터 이마저도 일시 중단됐다.
현재로서는 8종의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면 평일 시·군·구청과 주민센터의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 방문해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외에도 국토부가 관리하는 국가물류통합정보시스템,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 지적재조사행정시스템 등도 장애를 겪고 있다.
국토부를 비롯해 모든 부처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온나라전자문서와 국민신문고 시스템도 중단된 상태다. 두 시스템은 각각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리한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노사누리, 노사마루 등 고용노동 관련 주요 전산시스템의 가동도 중단됐다.
고용24,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자격정보시스템 등은 정상 운영 중이나, 정부시스템 연계서비스는 일부 제한되고 있다.
◆ 환경민원포털도 운영안돼
화학물질정보처리시스템과 환경민원포털 등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화학사고 발생 신고와 각종 민원 신고·접수·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대전 본원에 서버가 있는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도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공공조달 규모(계약기준)는 225조1천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나라장터 거래실적이 145조1천억원(64.5%)을 차지한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행정전자서명 인증센터를 통해 인증을 거쳐야 하는 특허 전자출원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 디지털 정부 무색
행정서비스의 심장부인 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디지털 정부 분야의 모범 사례로 꼽혀왔던 한국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청사진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올해 주요업무 계획의 3대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정부'를 내세우며 서비스 장애 예방과 안정성 확보를 약속했다.
특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디지털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중앙·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디지털 행정서비스 상황을 통합 관리하고, 민관합동으로 행정서비스 장애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행정서비스의 심장부인 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이같은 대책이 무색해졌다.
한국은 2019년과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2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고, 2024년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도 193개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했다.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이 매년 한국을 찾아 전자정부를 배우고, 디지털 정부 선도국 협의체인 '디지털 네이션스'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26일 오후 8시 20분께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약 22시간만인 27일 오후 6시께 완전 진화(완진)됐다.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7일 오후 7시 기준 전소된 384개 배터리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2개를 밖으로 옮겼다. 이날 안에 반출 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건물 내부는 송풍기를 이용해 연기를 빼는 배연 작업을 했으며, 5층 전산실에 화염과 연기가 모두 제거돼 재발화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완진을 선언했다.
소방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조만간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발화가 의심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확보, 이동식 침수조에 넣어 냉각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발화 관련 정밀 감정을 할 계획이다.
중대본은 이날 중으로 고장 난 항온·항습기를 복구해 시스템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자원은 전산실에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항온·항습기가 고장 나자 데이터 손실을 우려해 인위적으로 서버 전원을 껐으며, 이에 따라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불은 배터리 교체 작업을 위해 전원을 차단하던 도중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작업하던 업체 직원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불이 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 연한을 1년 넘긴 채 계속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UPS용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업체 2곳을 거쳐 국정자원에 납품·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 관리는 KT가 담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