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주거빈곤 해소 로드맵 제안' 국회토론회
"새 정부 100일 지났지만 주거복지 정책 발표 전무"
"해법은 '공공임대 확대'와 '주거급여 개혁'"

[포쓰저널=송신용 기자] 주거기본법에 명시된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하·옥탑·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주거 빈곤' 가구가 176만 가구에 달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주거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거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거급여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의 주거빈곤 해소 로드맵 제안-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 주거 빈곤에 갇힌 176만 가구' 토론회에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모여 주거 빈곤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 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발제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전 장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공공임대주택과 주거복지 관련 정책 발표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제시했던 연 13만가구 수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급감한 현실도 비판했다.
변 전 장관에 따르면 2022년 6조9000억원이던 주택도시기금의 공공임대주택 출자 예산은 2025년 2조9000억원으로 4조원이나 줄었으며, 융자 예산도 3조원 감소했다.
그는 "최소한 2021년 수준의 예산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전 장관은 공공임대주택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공급만 한다고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설 관리뿐 아니라 입주민 관리를 위한 특단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임대주택 관리 업무를 시설 관리를 넘어 작은 도서관, 노인 건강 관리, 주거복지사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편하고 주민들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직접 관리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전국적인 주거복지센터 구축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택도시기금의 지역 배정과 재정 지원 강화 등도 제시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지옥고 거주 가구 현황 및 주거비 지원 제도 개선' 발제를 통해 "2020년 기준 176만 가구가 주거 빈곤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2020년까지는 주거 빈곤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202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그간 감소하던 지하 거주 가구는 오히려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2025년 조사에서도 주거 빈곤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하 거주 외에 옥탑 거주 인구는 2005년부터 지속 증가하고 있다.
최 소장은 2020년 기준 서울의 주거 빈곤 비율이 14.5%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과거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이 청년과 신혼부부에 과도하게 집중됐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로 인해 정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나 노인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이 소외됐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연령층의 주거 빈곤은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노인 가구의 주거 빈곤은 줄어들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현행 주거급여 제도가 거주지의 품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국가 지원금이 질 낮은 쪽방이나 고시원의 임대료를 올려주는 '빈곤 비즈니스'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미국처럼 자유방임적인 국가에서도 주거비 지원 가구의 주거 품질을 엄격하게 규제한다"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주거급여와 주거 품질 연계를 반드시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현행 소득 기준(기준 중위소득 48%) 때문에 아동이 있는 가구의 주거급여 수급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청년 외에 아동 가구를 위한 별도의 주거비 지원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소장은 2022년 관악구 반지하 참사를 언급하며 "데이터는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당시 참사가 발생한 곳은 반지하가 아닌 완벽한 지하"였으며 "15분 만에 천장까지 물이 차는 위험한 곳임에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3조원이 넘는 주거급여 예산을 국토교통부의 팀도 아닌 '계' 단위에서 담당하는 인력 부족 현실을 지적하며 "전담 조직 강화와 함께 지방 정부가 주거복지 정책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임재만 세종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영은 토지주택연구원(LHRI) 선임연구위원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오승환 한국 해비타트 매니저 △김도곤 국토부 주거복지지원과장 △이진민 기획재정부 복지경제과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 연구위원은 "삶의질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LH가 다 하지는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차원에서 설정해야 할 아젠다로 본다”며 “매입입대는 높은 분의 정책에 따라 실적이 너무나 다르다. 이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LH혁신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바람을 타나, LH의 역할은 크다. 작은 일로 정치화를 하는데, 그러면 기업은 일을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한 흔들림 없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주거복지는 계속 지방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이 활동가는 "주거빈곤층은 줄어들고는 있지만, 취약거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100만명 이상이다.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을 결합하자"고 제안했다.
오 매니저는 "보조금의 한계가 있어 필수적인 공사를 못해 삶의 질이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산이 더 확보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 과장은 "주거품질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기재부가 도와줘야 할 부분이 많긴하다. 저희가 주거품질에 대해서 하겠다는 말"이라며 "지자체 매입임대 사업은 꾸준히 해나갈려고 하고 있다. 지자체 부담도 줄여줄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장은 "통계관리 등 정확한 실태분석이 이뤄지도록 서포트하겠다"고 했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최기상·천준호 의원, 한국도시연구소, 주거권네트워크, 홈리스주거팀이 공동주최하고 국토교통부가 후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