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독점규제는 美 반발..공정화는 국내 여건 맞춰 추진"
'유통산업 정책' 포럼선 공정화안 ‘단체교섭권 부여’ 놓고 논쟁

정신동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2025년 9월 5일 중소기업중엉회 상생룸에서 열린 유통포럼 ‘유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구조적 변화와 정책 방향’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이현민 기자
정신동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2025년 9월 5일 중소기업중엉회 상생룸에서 열린 유통포럼 ‘유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구조적 변화와 정책 방향’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이현민 기자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 입법 방향과 관련해 독점규제(사전·비대칭 규제) 영역은 통상 변수로 속도 조절, 거래 공정화 영역은 국내 여건에 맞춰 추진하는 ‘투트랙’ 기조를 예고했다.

국회 논의에선 수수료 상한제의 전가 방지장치, 광고비 포함 범위, 동의의결 남용 방지, 단체교섭권의 요건화(의존도·전속성 기준) 등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의 통상 압력 등을 이유로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겨냥한 독점규제 플랫폼법(독점규제법) 추진은 “당장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플랫폼의 시장 착취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 필요성을 제시했다.

주 후보자는 “통상 협상이 너무 중요한 이슈여서 독점규제 플랫폼법을 과감히 추진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며 “(전날) 앤드류 퍼거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도 한국에서 ‘사전 규제’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는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 활용에 따른 착취적 행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한 글로벌 규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온라인플랫폼법 논의가 급진전하던 3년 전쯤 도입됐다면 통상 협상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갑을관계를 다루는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공정화) 에 대해서는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 후보자는 “한국적 갑을관계 문제가 플랫폼 경제로 급속히 확산됐다”며 “통상 이슈와 독립적으로 국회와 소통해 법 개정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수수료 규제와 관련해서는 “배달플랫폼 수수료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상한제 도입 시 플랫폼 수익 감소가 자영업자·배달노동자 소득 감소나 소비자 전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세부 범위에 대해선 “수수료에는 광고비를 포함하되, 배달료는 포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무료배달’ 광고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사실상 다른 항목으로 배달료를 전가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불공정성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집행 방식을 두고도 원칙을 제시했다. 최근 각종 ‘갑질’ 의혹으로 조사받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동의의결(시정방안 자진제출) 신청과 관련해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중대한 경우에는 동의의결보다 통상 심사절차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시장봉쇄 완화를 위한 제3자 앱마켓 허용 등 해외 규제 정비에 대해선 “벤치마킹을 통해 도입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편 같은 날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한국유통협회 주최 유통포럼 ‘유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조적 변화와 정책 방향’에선 온플법 공정화안에 담긴 ‘입점사업자 단체교섭권’ 부여의 타당성을 놓고 논쟁이 이어졌다.

발표에 나선 정신동 한국외대 교수는 “온플법 입법 논의의 비교모델이 된 유럽연합(EU) P2B 규정은 수수료 기준·산정방식의 투명성·사전고지·계약 변경 통보(최소 15일 전) 등 예측가능성 제고에 방점이 있다”며 “국내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수료 상한선 설정이나 단체교섭을 통한 수수료 협상 구조의 법제화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발의안이 플랫폼 의존도(전속성) 를 가리지 않고 단체교섭권을 일률 부여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가맹사업처럼 본부에 거의 전속된 형태와 달리, 다수의 플랫폼·오프라인 채널을 병행하는 플랫폼 자영업자에 일괄 부여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라고 했다.

임영균 광운대 명예교수는 “단체교섭의 근간엔 종속성이 전제되는데, 플랫폼 거래는 비전속·유연·신속이 본질”이라며 “플랫폼과 판매자 관계에서 종속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성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는 “단체협상 결과가 수수료 인하라면 거래비용 증가의 소비자 전가 가능성이 높고, 사익 추구형 단체협상도 우려된다”고 했다.

서종희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온플법이 열위 지위 해소라는 목적법인지, 플랫폼 불균형을 전반적으로 교정하는 만능법을 지향하는지 명확히 해야 하며, 그 사회적 총효과를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5/연합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5/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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