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피스메이커 돼달라"
트, "스마트하다" 연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연합

[포쓰저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한 의례적 발언을 넘어, 직접 손글씨로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적어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한미 정상 간 신뢰 구축과 개인적 친밀감을 과시하려는 제스처로 평가된다.

강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을 마친 뒤 ‘대단한 진전, 대단한 협상이었다’며 이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회담 내내 이 대통령을 향해 ‘스마트하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대화 주제는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세계 지도자 중 전 세계 평화 문제에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고 실제 성과를 낸 이는 처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추켜세웠다.

이어 “한반도에도 평화를 가져다달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직접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과 과거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대화할 준비가 된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밝히며 적극적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가 된다면, 나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며 “나는 그 제안이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측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대미 비난 발언을 두고도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대화 가능성을 높였다.

양 정상은 경제 현안, 특히 무역과 조선업 협력 문제에도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지난달 원칙적으로 타결한 무역 합의를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며 “한국이 역대 체결한 가장 큰 무역 합의”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조건으로,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매우 좋은 파트너이며, 이번 합의는 한미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과 협력해 미국에서 선박을 다시 건조하길 바란다”며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협력 구상을 밝혔다.

미국 조선업은 사실상 쇠퇴 상태에 있는 만큼,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을 되살리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도 “미국이 조선과 제조업에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그 과정에 대한민국이 함께하길 바란다”며 경제·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된 ‘미래형 동맹’을 제안했다.

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협력 강화 문제도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소중한 우방이지만 과거사 문제로 한일관계가 순탄치 않았다. 위안부 문제는 몇 차례 해결된 듯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은 한국과 관계 개선을 적극 바라고 있고, 대북정책에서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제가 일본과 미리 만나 여러 장애요소를 정리했다”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대화를 언급하며 “앞날이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 사실을 밝히며 “조만간 방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이 함께 가면 전용기 연료도 절약되고, 오존층 파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좋다”고 화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올해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의향도 긍정적으로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나 시진핑 주석을 만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라며 북중 정상과의 재회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주한미군 기지와 관련해 “우리가 큰 기지를 두고 있지만 소유권은 한국에 있다.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 미군기지를 염두에 둔듯, “우리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다. 한국도 기여했지만 나는 소유권을 원한다”고 덧붙여 방위비 분담과 기지 사용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정상회담에서는 공식 의제 외에도 양 정상 간 인간적 친밀감을 보여주는 대화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언급하며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공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의 여성 프로골퍼들이 왜 세계적으로 강한가”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손재주가 많은 민족적 특성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연습한다고 들었다. 노력 덕분에 세계적 선수가 되는 것”이라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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