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23조원 테슬라칩 덕에 기사회생
LG엔솔 첫 LFP 대규모 수주도 테슬라 발주 추정

[포쓰저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한국 기업들과 잇달아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도체에 이어 이차전지(배터리) 산업에서도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를 발판으로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5조9442억 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연간 매출의 23.2%에 달하는 대형 계약으로, 계약 기간은 2027년 8월 1일부터 3년간이며, 조건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연장 가능하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는 앞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외 미국 내 LFP 배터리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 등지에 국내 배터리 기업 중 가장 많은 현지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공급 적합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셀당 85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공급 물량은 약 50GWh(기가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월에도 테슬라와 애플을 고객사로 둔 글로벌 에너지 관리 기업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주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ESS 분야 수주를 확대해왔다.
회사 측은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ESS 매출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사상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8일 22조7648억 원(16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33년 12월까지로,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머스크가 직접 X(옛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임을 확인시켰다.
머스크는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은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165억 달러는 최소치이며, 실제 생산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6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차와 차세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 탑재할 예정인 고성능 칩으로, 삼성전자의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이 적용된다.
머스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고위 경영진과 실제 파트너십 방향에 대해 직접 화상통화를 했다”며 “삼성과 TSMC 모두 훌륭한 파트너이며, 이들과 일하는 것은 영광”이라고 언급하며 삼성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다.
삼성과 테슬라와의 AI 반도체 동맹에 한국 경제 전체가 고무된 가운데 이재용 회장도 예전 같지 않게 대외 행보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29일 오후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공식적인 방문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이 테슬라와의 후속 논의와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 대응 논의 등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테슬라와의 연쇄 계약은 한국 기업들이 미 시장 내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돌파구로 작용하고 있다.
머스크는 삼성·LG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자립적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테슬라의 미래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