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홈페이지 캡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홈페이지 캡쳐.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위약금 면제 마지막 날인 이날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긴 가입자는 총 4만2027명이다. 이 중 KT로 이동한 가입자가 2만1593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고객은 2만434명이다" 라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을 확인하고자 15일 해당 이통사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MMP(번호이동) 수치는 확인을 해드리지 않고 있다. KTOA(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쪽으로 문의를 해야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KTOA는 누리집 내 '통신 통계 사이트'를 통해 번호 이동을 현황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에는 월단위 번호이동 자료가 공개돼 있고 하루치 통계는 없다.

KTOA 관계자도 "우리는 일간 자료를 (언론에) 제공해드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부 언론에 보도된 14일치 번호이동 통계의 정체는 무엇일까?

번호이동 통계 작성 기관은 KTOA다. KTOA 내 번호이동 통계에 접근할 수 있는 누군가가 고의로 자료를 누설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업체들로선 치명적일 수 있는 통계자료가 KTOA 누군가에 의해 무단으로 유출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KTOA는 이통사들이 "회원사 간 협력 및 유대 강화를 통하여 공동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든 임의단체다. 현재 협회장도 KT의 김영섭 대표가 맡고 있다.

이런 단체가 일부 언론과 밀착해 공인되지 않은 정보를 시도 때도 없이 누출한다는 건 스스로 존립 이유를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날 사례만 해도  SKT에게는 명백하게 불리한 사안이다. SKT는 유심(USIM)정보 해킹 사고로 가뜩이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는데 이탈자 수치마저 가장 피크에 오른 시점에 공개되면서 엎친데 덮친 처지가 됐다.

KTOA 관계자는 "이통3사 번호이동 담당자와는 번호이동 정합이나 시스템 차원에서 자료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KT나 LG유플러스 등 이통사에서 해당 통계를 유출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종국적인 책임은 KTOA에 있다. 

일일 번호이동 통계정보가 언론에 보도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업무상 비밀 누설이 반복되는 데도 방치했다면 KTOA는 정보 생산자로서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통신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불명확한 출처의 '일일 번호이동' 통계자료가 공공연히 보도되는 데도 정부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지속되면 업계의 혼선을 넘어 통신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중 될 수 밖에 없다.

KTOA에 의지가 없으면 번호이동 통계 같은 예민한 정보는 정부 차원에서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지금처럼 불법적인 경로로 '일일 번호이동' 통계자료가 유출돼 일반 국민은 물론 업계에서 조차 헷갈리는 상황이 방치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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