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환율전쟁' 우려에 '약달러' 대비한 투자 증가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원/달러 환율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가운데 환헷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강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 185개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3~8일 4거래일 동안 코덱스(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H)에 193억원의 개인 누적 순매수가 유입됐다고 9일 밝혔다.
KODEX 미국나스닥100(H)와 KODEX 미국S&P500(H) 상품에도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가 각각 134억원, 110억원가량 유입됐다. 이들 상품에는 7일 하루에만 각각 208억원, 104억원, 76억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장 이후 하루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8일까지 4일 동안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2.1%, 나스닥100지수가 13.3% 급락하자 국내 ETF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1조3765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적극적인 매수세를 나타냈다.
미국 주식형 ETF 상품 가운데 개인 순매수 기준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H)가 8위, KODEX 미국나스닥100(H) 15위, KODEX 미국S&P500(H) 18위에 오르는 등 환헷지형 미국투자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난 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환헷지형 상품들은 개인 순매수 30위 밖에 있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환헷지형 미국투자 상품에 대해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는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달러약세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자 환율 고점론이 대두되고 있다. 9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로 올라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3일(1483.50원) 이후 가장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상대국의 환율 약세를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며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환율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환노출형 상품의 경우 투자 대상의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낮아져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환헷지형 상품은 원화 대비 달러 가치를 고정시켜 환율 변동에 상관없이 투자 대상의 수익률을 대부분 실현할 수 있다. 이에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바람직한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오승훈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경제 문제를 해소하고자 각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를 통해 약달러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나스닥100과 S&P500이 그동안 보여준 성과를 바탕으로 해당 지수의 상승 흐름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며 “최근 큰 시장 변동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순매수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향후 환율 공세 움직임 등을 예상할 경우 1500원에 육박한 현재 환율이 하락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거래 유동성이 확보된 KODEX 미국나스닥100(H)와 KODEX 미국S&P500(H)로 투자 환승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