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기꾼(?)일까?
많은 사람들이 위암4기와 위암 말기를 어떻게 구분 하는지 잘 모른다. 또 위암3기와 위암4기를 구분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위암의 진행 정도를 구분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아주 간단히 정의를 내려 보자면, 위암3기는 수술이 가능한 상태다. 반면 위암4기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위암4기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서는 항암제 등으로 암의 크기를 줄여야만 한다.

물론 위암4기 환자를 완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위암4기 환자는 완치를 목표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 기간 연장을 위해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위암 말기는 어떨까? 위암 말기는 어떤 치료도 불가능한 상태라 증상완화(통증완화) 등의 치료만 가능하다. 위암3기, 위암4기 환자들에게는 다양한 치료를 시도하지만,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맞닿으면 호스피스 치료를 권하게 된다.
나의 어머니는 위 내시경 당일 호스피스 치료를 권유 받았다. 진단은 위암4기로 나왔으나 실질적으로는 위암 말기로 진단받은 것이다.
막막했다. 그래서 암의 기본 특성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암은 크게 6가지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첫째, 암은 산소를 싫어한다. 둘째, 암은 높은 체온을 싫어한다. 셋째, 암은 염증을 좋아한다. 넷째, 암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좋아한다. 다섯째, 암은 피 속의 설탕 폭발 현상(혈당 스파이크, 고혈당)을 좋아한다. 여섯번째, 암은 낮은 면역력을 좋아한다.

저산소, 저체온, 높은 염증 등 암이 좋아하는 5가지들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운동을 하게 되면 깊은 호흡을 하게 되고, 우리 몸은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하게 된다. 운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체온이 올라간다. 운동은 체온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근육을 늘려주기 때문에, 체온을 상시적 으로 끌어 올려준다.
운동은 우리 몸의 염증 수치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운동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몸의 염증 수치를 개선 시키는데, 운동을 하면 장 운동이 활성화되고, 장 운동이 활성화되면 장내 미생물 환경이 바뀌면서 염증 수치가 개선된다. 또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s) 같은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염증 수치를 낮춰준다.
운동을 통해 근육의 양이 늘어나면 피 속의 설탕 수치(혈당) 조절도 쉽게 된다. 운동을 하면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된다. 또 근육은 우리 몸속의 설탕 저금통과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인체 속의 설탕이 혈관을 둥둥 떠다니는 일을 방지해 준다.
우리가 몸 속의 설탕 농도(혈당)를 조절하지 못하게 되면 염증 수치도 상승하게 되는데, 운동은 혈당 수치를 개선해 줌으로써 염증 수치를 개선시켜 주는 기능도 하게 되는 것이다.
운동은 면역력도 늘려준다.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들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해주고, 운동을 할 때 혈류가 개선되는데 이때 면역세포들이 우리 몸 곳곳을 순환 하면서 면역 기능이 강화된다.
자, 어떤가? 운동이 지니의 마법사,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데 내가 당면한 가장 큰 난관이 어머니의 빈혈이었다. 암 세포가 커질대로 커지면서 출혈이 발생했는데, 출혈로 인한 빈혈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고, 그래서 운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내가 꺼내든 카드는 마그네슘이었다. 어머니께서 마그네슘을 복용하도록 함으로써 빠른 지혈이 일어나도록 했고, 지혈을 통해 빈혈 수치를 개선했다.

그런데 마그네슘을 통해 의도치 않았던 효과도 얻게 됐다. 어머니의 수면의 질을 개선시킨 것이다. 마그네슘은 지혈 작용과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있다.
마그네슘은 근육이 뭉치는 현상을 개선해 준다. 근육이 뭉치게 되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되고, 혈액 순환 기능이 저하되면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활성산소와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 몸은 수면의 질이 떨어져도 염증이 발생한다. 마그네슘이 수면의 질을 개선해줌으로써 염증수치도 개선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수면의 질을 개선해주면 면역력도 올라간다. 어머니의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나는 트립토판 보충제도 사용했다. 트립토판을 복용하면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화학물질로 바뀐다.

우리는 흔히 잠을 생각하면 멜라토닌이라는 화학물질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잠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은 멜라토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의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도 수면 장애가 발생한다. 이런 사실은 최근에야 밝혀진 사실이다.
마그네슘과 트립토판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빈혈, 염증수치 개선, 면역력 개선 효과를 동시에 얻은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비타민D도 매우 훌륭한 치료제이다. 비타민D는 면역력을 개선해주고, 수면의 질도 개선해 준다.
영양제, 보충제 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의 장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많은 염증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저하되고 세로토닌 수치도 낮아진다. 그래서 충분한 섬유질을 섭취해주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회복되고, 이로 인해 수면의 질도 개선되고 면역력도 상승하게 된다.
사과를 껍질채 먹는 것도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사과 껍질에는 펙틴이라는 수용성 식이 섬유가 매우 풍부한데, 펙틴은 장에서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을 개선해 준다. 또 사과껍질에는 퀘르세틴이라는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퀘르세틴은 항암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폴리페놀 중 하나이다.
그런데 사과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이런 영양 성분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니 사과는 껍질을 깎지 않고 그대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된장, 청국장 같은 발효 음식의 섭취량을 늘리는 것도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낫또, 청국장 같은 콩발효 음식에는 폴리감마글루탐산칼륨이 풍부한데, 폴리감마글루탐산칼륨은 NK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폴리감마글루탐산칼륨은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기능도 있는데, 뼈가 튼튼해지면 암 세포가 뼈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 외에도 된장, 청국장 등 콩을 발효한 음식에는 다양한 항암 성분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 및 다양한 항산화 성분들이 암을 예방해주고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해 준다.
엽산과 같은 비타민B군 영양제를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몸은 단백질을 분해 흡수하는 과정에서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매연(?)이 발생한다. 문제는 호모시스테인이라는 찌꺼기가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 건강을 악화 시킨다는 점이다. 호모시스테인을 방치하면 암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엽산을 복용해주면 우리 몸속의 호모시스테인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암 환자가 엽산 등을 영양제로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엽산은 우리 몸의 세포 분열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임산부 등이 엽산을 보충제로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아가 폭풍 성장을 하려면 세포 분열이 매우 활발히 일어나야 하는데, 엽산이 부족하면 세포 분열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암 또한 세포분열이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다. 즉 적정 수치를 넘어서는 엽산은 암세포에게 비료와 같은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엽산과 같은 영양 성분을 보충제 형태로 섭취할 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전문가와 충분한 상의 및 지도를 받으면서 복용해야 한다.
대단히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암환자가 엽산을 어느 정도 복용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 지도해 줄 수 있는 의사가 대한민국에는 매우 적다는 점이다.
암 환자의 식단 및 영양성분 섭취에 대해 지도해주려면 ‘임상영양학’ 등에 대해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의사는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 공부하는 의사를 ‘사기꾼’ 취급 하는게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