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못하는 것인가? 치료를 안하는 것인가?

나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어머니의 위 내시경 사진을 봤을 때 출혈 흔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단순히 조직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생긴 출혈이라 생각했었다. 출혈이 점점 심해지면서 변비도 심해졌다. 

며칠 동안 배변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아마도 출혈로 발생한 피가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으로 넘어가면서 장내 미생물 환경이 깨진 것 같았다. 오랜 시간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간병 하면서 변비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변비 그 자체로는 질병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변비를 방치해두면 수많은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서 염증 수치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 환경의 불균형은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장 건강이 나빠지면 면역력도 나빠진다는 점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의 70% 가량이 장에서 활동한다. 그러니 장 건강이 나빠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면역력이 저하되면 암 세포도 크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로토닌이라는 인체 화학물질(정확하게는 호르몬인 동시에 신경전달물질이다.)의 농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 상식의 증가로 세로토닌이라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TV등을 통해 들어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로토닌은 행복호르몬으로 알고 있는데, 세로토닌이 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세로토닌 결핍이 불러오는 대표적인 증상이 수면부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면과 관련있는 인체 화학물질로 멜라토닌을 떠올릴 것이다. 멜라토닌이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그러나 세로토닌이 결핍 되어도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세로토닌 결핍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단순히 만성 피로만 느끼는게 아니다.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 면역력 저하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암과 싸울 힘 또한 떨어진다. 그러니 암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라도 잠을 잘 자야 하며, 잠을 잘 자기 위한 요소 중 하나가 변비 증상을 개선 시키는 것이다. 

변비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요구르트 제품 사진.
변비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요구르트 제품 사진.

일단 다급한 상황이어서 변비 증상을 개선시켜주는 요구르트와 사과주스를 마트에서 구입해서 어머니께 드렸다. 사과껍질에는 펙틴이라는 물에 녹는 섬유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데, 펙틴은 우리 몸이 소화를 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장에서 유익균이 펙틴을 먹이로 삼고 분해된다.

며칠이 지나자 어머니의 변비 증상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있었다. 어머니의 빈혈이 매우 심각했다는 점이다. 암 조직에서 발생하는 출혈 때문에 심각한 빈혈 증상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각한 빈혈이 지속되면 운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운동 또한 암 치료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빈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고민하다, 최대한 자주 수혈을 받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던 차에 울산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산 후배의 어머니는 코로나 상황 때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어머니의 위암 진단 사실을 울산 후배에게 제일 먼저 알렸고, 여러 문제를 상의 했었다. 홀아비 심정 과부가 잘 안다고. 어머니 위암으로 애 태우는 내게 안부 전화를 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변비 증상을 개선 시킨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빈혈이 좀 심한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후배의 입에서 충격적인 멘트가 나왔다. 

“마음의 준비를 해둬. 한 달을 못 넘길 수도 있어. 우리 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랬어.”

망치로 머리 한대를 얻어 맞은 것 같았다. 그래서 반문했다. 수혈만 잘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러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피 구하는게 쉬운줄 아나?”

다리가 후들 거렸다. 그제서야 이해됐다. 어머니께서 위 내시경을 받던 날, 위암 4기를 확신하는 소화기 내과 의사에게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의사는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짧은 말 한마디만 내게 내뱉었다. 이미 모든 치료가 무의미한 시점에서 어머니의 위암이 발견됐던 것이었다. 

장례 준비를 하라는 말을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시라는 말로 애둘러 했던 것이었다. 

영천 선배에게 거의 울먹이다 시피 하며 전화를 걸었다. 울산 후배의 어머니도 이런 증상을 보였을 때 한달을 못넘겼다고. 장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배 입에서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넌 상위 0.1%야.”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너 처럼 간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 처럼 간병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0.1%밖에 되지 않는다. 너 처럼 간병한다면 어머니께서 당장 돌아가실 일은 없으니, 정신 차리고 어머니를 어떻게 간병할지 생각해봐라.”

정신을 차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심히 검색도 했다. 

그 결과 내가 찾은 해결책은 마그네슘, 구리, 비타민K2, 전칠삼(田七參, Panax notoginseng)을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마그네슘은 염증을 줄이고 혈관을 수축하는데 도움이 된다. 구리는 혈액 응고 과정에서 효소 활성, 철 대사, 콜라겐 형성 등에 관여하여 지혈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비타민K2는 혈소판 기능 조절을 통해 지혈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혈소판은 출혈이 발생하면 손상 부위에 모여 혈전을 형성하는데, 비타민 K2는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칼슘이 혈관 벽에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막아 혈관이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혈관이 탄력적이면 혈압조절이 용이하고, 혈압조절이 잘 되면 갑작스런 출혈 위험이 줄어든다. 

전칠삼은 중국 운남성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약재로 오래전 부터 지혈을 위한 약재로 사용돼 왔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는 위암 환자 등의 출혈을 막기 위해 전칠삼을 사용해 왔다는 문헌을 확인하고, 일본에서 직구로 제품을 구매했다. 

마그네슘, 구리, 비타민K2, 전칠삼을 어머니께 드리 면서도 이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효과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나타났다. 

이미지 제작=챗지피티
이미지 제작=챗지피티

어머니의 출혈을 잡기 위한 영양제들을 드리면서 동시에 철분 보충제를 끊게 했다. 집에서는 내시경 검사도 빈혈 검사도 실시할 수 없으니, 출혈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머니의 대변을 확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면 어머니의 대변 색깔이 검게 나올 것인데, 철분 보충제를 계속 복용한다면 어머니의 대변 색이 검은 이유가 출혈 때문인지 아니면 철분 보충제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변 색깔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출혈을 잡았으니 어머니께서 빈혈로 급작스레 돌아가시는 일은 막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빈혈 때문에 불가능했던 운동을 함으로써 암 치료에 도전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기쁨과 동시에 굉장히 강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의사가 아닌 나도 어머니의 출혈을 잡을 수 있는데, 의사들은 왜 어머니의 출혈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은 것일까? 이렇게 쉬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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