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미흡한 주가 부양대책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형 M&A(인수합병) 부진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19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동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의 제 56기 정기주총 상정 안건 관련 질의응답 시간에선 주주들의 날선 질문들이 이어졌다. 

주총 사회를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최근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당사는 지난해 AI반도체 시장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TV, 가전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 주가가 시장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 기술경쟁력에 대한 시장 우려커지면서 주가 약세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뼈를 깍는 노력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 10조 계획 중 올해 2월 3조원에 대한 소각을 시행했다. 2~3차로 매입하는 자사주도 주주가치제고 위해 사용하겠다"며 "지난해 부터 임원들을 대상으로 도입된 주식보상제도는 내년부터 직원들에게도 확대 도입한다. 주식보상제도가 도입되면 소속감과 만족감이 높아져 미래성장에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M&A 현황에 대해서는 "지난해 신사업 로봇 관련 전문성 확보를 위해 레인보우로봇의 최대주주지위를 확보했다"며 "협동로봇은 당사 일부 제조라인에 투입돼 활용되고 있다. AI관련된 기술분야에서도 M&A가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시멘틱 테크놀로지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프랑스 소니어사도 인수했다. 공조사업 확장을 위해 북미 레녹스와 합작법인도 설립했다"며 "자회사 하만도 이스라엘 케너시스사를 인수하는 등 M&A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관세 대응책에 대해선 "멕시코와 중국 외 세계 여러 지역에 다수의 생산거점을 뒀으며, 생산 및 판매 거점 간 물류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며 "글로벌 제조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관세장벽 슬기롭게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당사 글로벌 공급망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공개채용 제도를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양질의 인재를 확보하고, 예측가능성 높히고자 공채 유지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도 공정한 기회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한다.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위해 수시채용도 진행하고 있고, 인턴십 등 다양한 채용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사내이사에 여성이 한명도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내이사에 여성임원이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여성임원 비율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사내 여성임원 비율은 7.3%로 10년전과 비교하면 2배 증가했지만, 현저히 낮은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개선을 위해 여성리더십 강화를 위해 여성 보직자, 간부급 확대위해 체계적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성 리더로 성장할수 잇도록 하는 양성 평등 문화 확산과 여성 리더 후보군 리더십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민연금이 전영현 사내이사, 허은녕 사외이사 선임 반대와 이사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반대의 뜻을 밝혔음에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국민연금이 전년도 회사의 규모 경영성과에 비해 올해 이사 보수한도가 과다하다고 판단해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의 평가기준은 확인하기 힘들다. 각 기관별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기 때문에 사내이사 등을 주총을 통해 선임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한 부회장은 앞서 의장 인사말을 통해서는 "2025년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주주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당부했다.

안건 표결 이후 별도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선 대표이사 2명,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구체적인 사업현황과 전략등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에 답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엔비디아 대상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공급 준비 현황에 관해 "현재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주주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3E 납품 지연을 언급하며 현재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에 어느 정도 맞췄는지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이 주주는 "이렇게 삼성전자 주가가 내린 것은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작년부터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AI 경쟁 시대에 HBM이 대표적인 부품인데 그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지금은 조직 개편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는 다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HBM4나 커스텀 HBM 같은 차세대 HBM에서는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며 "다시는 주주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각 부문의 경영 현황과 올해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박순철 경영지원실장, 김우준 에트워크사업부장, 전경훈 DX부문 CTO, 박용인 S.LSI 사업부장, 노태무 모바일경험(MX)부문 사업부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 부장, 송재혁 DS부문 CTO, 한민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등도 자리했다. 

이날 주총에선 ▲전영현 부회장·노태문 디자인부문 부회장·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상정 모두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장에는 주주와 기관투자자 등 9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예년처럼 주주 편의를 위해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온라인 중계도 병행했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AI와 차세대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신성장 사업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도 준비했다.

주주총회장 밖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최신 AI 제품 기반의 AI Home ▲갤럭시 S25 시리즈를 활용한 갤럭시 AI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AI기반 전장 솔루션과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AI Home 컴패니언(Companion) 로봇 볼리(Ballie) 등이 전시됐다.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들이 직접 현장에서 갤럭시 탭을 활용해 응원 메시지를 입력하면 대형 LED 디스플레이 '메시지 월(Wall)'에 소개되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