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시 주총회 해임안 부결..."재신임 통해 리더십 회복"
“지주사는 고소고발 자진 취하해야...한미 브랜드 재건 나설 것”

[포쓰저널=신은주 기자]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가 1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 만큼, 2025년의 한미약품은 올해보다 더욱 견고한 경영과 사업 성장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경영과 대주주의 일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굳건히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10년 내 매출 5조원 달성,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 “이번 주총을 준비하면서 만난 많은 주주들께서 ‘한미의 분쟁 상황이 빨리 종결돼 한미가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하셨던 말씀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한미약품의 업무가 정상화 돼야한다”며 “그 시작은 지주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자해적 고소, 고발의 자진 취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소송 사유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크지만 그동안 대응을 최소화했던 이유는 회사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더이상 참기 어려워 무고 등으로 맞고소 하긴 했지만, 지주회사가 먼저 자진 취하한다면 저 역시 고소 건을 취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을 성원해 주신 모든 주주님들의 뜻을 모아, 한미약품의 브랜드를 재건해 나가겠다”면서 “이제는 ‘잘 해 왔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잘 해 나갈 일’에 대해 더욱 노력하고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박 대표가 ‘전문경영인 그룹 협의체’로 명명한, 4명의 본부장(국내사업본부 박명희 전무, 신제품개발본부 김나영 전무, R&D센터 최인영 전무,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영업 신해곤 상무)들도 모두 참석해 박 대표에 힘을 실었다.
다음은 박재현 대표 일문일답 요지.
▲ 지난 주 임종윤 사내이사가 주주총회 철회를 제안했는데, 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내용이 없었고, 무엇보다 임종훈 대표의 주주제안을 통해 이번 임시 주총이 열리게 된 것이어서, 두 분간 합의 된 제안인지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사실 저 역시 이번 임시 주총은 대단히 소모적인 것이라 일찍부터 생각해 왔었기 때문에, 임종윤 이사께서 조금 더 빨리 제안을 공식적으로 해 주셨다면 주총 취소도 진지하게 검토했을 것이다. 일주일 만에 기존에 공시됐던 주주총회를 철회한다는 것은 시간적, 물리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 최근 임종윤 이사가 물밑 대화를 시도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북경한미약품 경영권 보장을 원한다는 내용이 있던데.
= 해당 보도를 저도 확인했는데, 저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 경영권 범위와 관련된 내용은 대주주들간의 협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가 실제로 잘 모르기도 하고, 안다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하기는 어렵다.
▲ 한미약품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를 거치셨다. 그간의 경험이 현재 대표이사로서의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지?
= 한미약품에서 품질관리, 생산, 영업,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부문을 두루 경험해 정통 ‘한미맨’으로서의 자산을 쌓았다. 의약품 연구개발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 품질관리와 생산, 영업과 마케팅, 최고경영자로서의 경험 등을 통해 ‘한미가 잘 할 수 있고, 잘 해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저만의 확고한 철학도 갖게 됐다. 한미약품의 모든 부서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고 독려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여러 경영적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벌어졌던 코로나19 엔데믹, 그리고 이어진 의정간 갈등, 최근의 경영권 분쟁 이슈까지, 최근 2년간 한미약품 경영 상황은 늘 엄중했고, 위기였다. 하지만 저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계신 7개 본부장(R&D센터, 국내사업본부, 신제품개발본부, 해외사업본부, 제조본부/제제연구소/제조본부)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한미약품 사상 최대 실적을 거의 매 분기 달성할 수 있었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되었지만, 한미약품은 저와 일곱 분의 본부장님들로 구성된 ‘전문경영인 그룹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다. 저희 협의체는 임성기 선대 회장님의 경영철학을 비전으로, 앞으로도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통해 외부의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 주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에 대해 계획하고 계신 소통 전략이 있는지.
= 한미약품이 11월 11일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2024 한미약품 이노베이션데이(Hanmi Pharm Innovation Day)’를 보시면, 향후 한미약품이 어떻게 주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한 행보를 보일지 가늠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표이사인 제가 직접 주주들 앞에 나서서 한미약품의 경영상황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설명드리고, 앞서 말씀드린 본부장님들도 각자 맡은 영역의 발표자로 직접 나서, 주주님들께 책임질 수 있는 성과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 ‘전문경영인 그룹 협의체’에 속한 경영인들은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주주님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지속하기 위해 주주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현실성 있는 정책 또한 계획한대로 준비해 나갈 것이다.
▲ 향후 한미약품 경영 계획과 비전은?.
= 한미약품은 10년 내 매출 5조원 달성,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우선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흩어져 있는 한미 임직원들과 고객, 주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체제에 대한 신뢰를 공고해 나가겠다. 한미약품은 각 사업본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한국형 R&D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수시로 환경이 변화해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각 본부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중·장기적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속도를 더해 글로벌 한미로 나아갈 것을 약속드린다. 한미약품이 올바른 경영철학을 가지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속가능성’, ‘예측가능한 경영 상황’, ‘확고한 전문경영인 체제 수립’이라고 저는 확신한다. 비로소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 만큼, 2025년의 한미약품은 올해보다 더욱 견고한 경영과 사업 성장에 주력해 나가겠다. 경영과 대주주의 일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굳건히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개발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H.O.P 프로젝트’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 목표와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해달라.
= ‘H.O.P 프로젝트’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한미약품이 집중하고 있는 핵심 과제다. 주력 제품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과체중 및 1단계 비만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제로 속도감 있는 개발이 진행 중이다. 상용화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설정하고,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시장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해외 학회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이어갈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HM15275)’와 ‘신개념 비만치료제(HM17321)’의 개발 현황도 공개했다. HM15275는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되는 물질로,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2025년 하반기 2상 진입을 전망하고 있다. HM17321는 11월 열린 미국비만학회에서 근육 증가와 동시에 체중 감량이 가능한 계열 내 최초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고, 2025년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만치료 영역 외에도 한미약품은 대사질환과 항암, 희귀질환 분야에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제들을 공격적으로 현재 개발하고 있으며, mRNA, ADC, TPD, CGT 등 다양한 치료제 영역의 신규 모달리티 확대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한미약품은 국내 시장에서 전문의약품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 지난해 복합신약 아모잘탄의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고,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제 로수젯이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누적 처방액 1000억 원을 넘어서며 해당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올해도 7년 연속 원외처방 매출 1위를 예상하고 있으며, 블록버스터 제품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한편, 신규 복합신약 개발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신제품개발을 위해 관련 부서가 활발히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시장을 선도할 일부 제품의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2의 ‘로수젯’, ‘아모잘탄’과 같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제품 개발도 거의 끝나 간다. 가장 눈여겨 보는 품목은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 ‘HCP1803’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꼽을 수 있다. ‘HCP1803’은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고혈압 1차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디지털치료기기와 접목한 국내 최초 디지털융합의약품도 국내 제약사 최초로 개발하고 있다.
▲ 한미약품의 R&D 인력과 조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재 양성과 조직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 한미약품은 매년 연구개발에 매출의 13% 이상을 지속 투자하고 있고, 연구 인력을 꾸준히 확충하며 R&D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R&D 투자 규모는 2021년 1615억원, 2022년 1779억원, 2023년 2050억원, 2024년 23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R&D 인력은 2021년 554명에서 2022년 584명, 2023년 627명, 2024년 675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연구원들로 탄탄한 R&D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인영 R&D 센터장님과 함께 논의하여 기존 바이오/합성으로 이분화됐던 연구조직을 질환별로 재정비하는 등 유연하게 연구원 세대교체를 이뤄냄으로써 연구 시너지도 매우 높아졌다고 자평한다. 제제연구소 또한 새로운 연구전략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신 한 말씀은.
= 제가 30년 넘게 몸담은 한미약품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앞장서 걸으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해 왔다. 많은 분들이 현재의 한미약품을 걱정하고 염려하시지만, 저는 지금의 위기가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히 굳어지는’ 시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주가의 큰 변동성은 지주회사의 경영 불안정이 사업회사에 영향을 미치며 시장 불확실성과 함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사업회사가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내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밸류업 검토를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저는 ‘한미약품이 잘할 수 있고, 한미약품만이 해낼 수 있는 일, 한미약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더욱 매진할 것이다. 한미약품이 흔들림 없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