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사모펀드 투자, 부실회사 인수 등으로 막대한 손실"

[포쓰저널] 동업자 집안 자손들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맞고소 전으로 번졌다.
영풍은 25일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에 관한 투자,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의 인테리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고소이유를 전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모펀드 투자의 경우 고려아연이 51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19년 10월~2023년 6월 총 8회에 걸쳐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하바나제1호, 저스티스제1호 등 총 8개의 사모펀드에 약 604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하바나 제1호와 저스티스제1호가 돌연 청산되면서 고려아연은 사업보고서상 투자손실만 해도 366억원에 달한다고 영풍은 전했다.
하바나제1호가 청산되면서 현물로 배당받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주가가 하락하면서 145억원의 평가손실도 입었다고 했다.
영풍은 "하바나제1호가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당시 주식시세를 조종하였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는데, 고려아연은 하바나제1호의 지분 99.82%를 보유하고 있어 고려아연마저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운용사의 지창배 대표이사는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검증된 적이 없는데, 최윤범 회장과 매우 친한 중학교 동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표이사의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사회 결의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관주의 의무에 전적으로 위배된다는 것이 영풍의 판단이다"고 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에서도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미국법인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통해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를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서 총 5800억 원을 들여서 인수했다.
2022년 7월 투자 당시 이그니오는 회계감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2022년 11월 당시에는 회계감사가 종료되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은 7월 투자당시보다 더 비싼 주당 가격으로 이그니오의 주식을 취득하는 결정을 했다고 영풍 측은 지적했다.
영풍은 "이그니오에 대한 최초 투자가 이루어진 2022년 7월경 이그니오의 재무 현황은 자본총계 110억 원, 매출액 약 637억 원, 당기순이익 약 32억 원으로 예측된다는 것이었으나, 이그니오에 대한 회계감사가 종료된 시점에서 공시된 수치는 자본총계 -18.73억 원, 매출액 약 29억 원, 당기순이익 -47.85억 원이다"며 "최초 투자 시 제대로 실사를 했는지 의심되는 상황일 뿐 아니라, 확정된 재무 수치를 토대로 하였을 때 매출액 불과 29억원에 해당하는 회사를 6천억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인수했다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투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2년 11월 후속 투자의 경우 이와 같은 형편없는 재무수치가 밝혀진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투자"라고 했다.
최윤범 회장 인척이 운영하는 씨에스디자인그룹과의 인테리어 계약에서도 고려아연이 손해를 입었다고 영풍은 주장했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의 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씨에스디자인그룹에게 고려아연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됐다”며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용역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20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3인, MBK파트너스와 김광일 부회장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펌프와 밸브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영풍 주식 4.39%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기업 집단이다. 장씨·최씨 가문은 동업을 계속했지만,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두 가문이 정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13%로 비슷하다.
영풍은 사모펀드 MBK와 함께 13일부터 10월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7.01∼14.61%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자금은 MBK 자회사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1조9898억원, 영풍이 66억원 등 총 2조원을 투입한다.
영풍-MBK가 제기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66만원이다.
이들은 동시에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1368억원을 투입, 지분 43.43% 확보를 목표로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70만원, 영풍정밀은 2만1천원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