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박상인, 23일 삼성 서초사옥 앞 1인 피켓 시위
"국내 반도체공장 재생에너지 사용률 극히 낮고 준비도 안해"

[포쓰저널=정현민 기자] 삼성전자가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을 서두르지 않으면 자칫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에 영영 뒤쳐지는 것은 물론 국내 공장의 경우 ASML로부터 핵심장비인 극자외선노광장비(EUV)조차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오후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연합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C동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팀이 RE100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잘못된 이해와 정보를 가지고 삼성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며 "RE100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매우 무지한 게 아닌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어 "삼성은 전체적으로 대만 TSMC보다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주장으로 문제의 논점을 숨기려 한다"며 "삼성전자의 한국 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EUV를 정상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RE100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네덜란드 ASML은 고객사들이 RE100을 하지 않으면 장비를 팔지 않겠다고 했는데 삼성전자는 (RE100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한다는 얘기가 없다"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RE100에 대해 이처럼 대응 하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ASML은 3월 낸 연례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고객사를 포함해 모든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넷제로(탄소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ASML로부터 국내외 반도체 공장에 첨단 EUV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RE100을 완료해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2년전인 2022년 9월 RE100 이니셔티브 가입을 선언하면서 스코프1, 2 넷제로 달성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스코프1은 탄소 직접 배출, 스코프2는 간접배출을 말한다. 완전한 넷제로가 되려면 가치사슬 전체 배출을 의미하는 스코프3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같은 삼성의 로드맵은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에 비해 너무 느슨하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TSMC는 지난해 9월 RE100을 당초 계획했던 2050년보다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조기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 전사 재생에너지 소비 목표도 기존 4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박 교수는 "TSMC의 경우 지난해 9월 매우 구체적으로 2040년까지 RE100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만 한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20년 장기 수급 계약도 맺었다"고 했다.
TSMC는 재생에너지 조달을 위해 작년 4월 'ESG 혁신 공동조달 모델'을 개발해 재생에너지와 산업용 전력 매칭 플랫폼을 구축하고 20년 장기 200억달러 공동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TSMC는 "회사는 대만 내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해외 재생에너지 투자를 유치, 보다 많은 재생에너지 공급원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같은 TSMC의 움직임에 비해 삼성전자는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하면서 RE100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며 우려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을 통해 용인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전력망을 지금만 아는 분이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해외에서는 2027년까지 RE100을 하고 한국에서는 2050년까지 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최첨단 반도체 공장은 해외에 짓겠다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먄약 이런 것들이 실제로 이뤄지기 시작하면 한국 제조업은 공동화를 면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한국에) 남아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이라고 꼽을 수 있는 반도체, 2차전지 등은 RE100을 핑계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국내 산업이 공동화가 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사회가 돌아온다"며 "지금이라도 서둘러 삼성전자가 RE100을 구현해 첨단 반도체를 한국에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이런 참담한 미래를 막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치권을 향해서도 RE100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및 여당은 물론 제1당인 더불민주당도 RE100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며 "다음 대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2027년까지 이렇게 간다면 시간이 없다. 그때가 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경실련은 이날 박 교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매주 월요일 낮 12시경 같은 장소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 교수 주장에 대해 "전체적으로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31% 수준이며, 국내는 현저히 낮은 게 맞다"며 "재생에너지 마켓이 잘 조성돼 있는 미국, 중국 등 해외공장은 거의 100% 전환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큰 공장들이 기존에 가동 중인 데다 재생에너지 시장도 크지 않아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낮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장기적인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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