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엔비디아 HBM 테스트 탈락설에 '마하1' 주도권 잡음
최태원 "HBM 추가 투자 시 일본, 미국 등 제조도 조사 중"

[포쓰저널]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성장중인 'HBM(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더 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로이터통신신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반면, SK하이닉스는 HBM의 국내 증산에서 나아가 일본과 미국 등에서도 생산하는 방향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3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HBM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생성형 AI 전용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 분야에서 일본 공급망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협업과 투자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새로운 연구개발(R&D) 시설 설치나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한다"며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협력 강화 의지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제29회 닛케이 포럼 '아시아의 미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중이다.
그는 전날 도쿄 제국호텔에서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닛케이 포럼의 패널 토론자로도 참가해 "한국과 일본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제 양국은 사고를 전환해 서로를 경쟁국이 아닌 협력 대상국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날 오전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은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가 됐다. 현재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력으로 쓰이는 4세대 제품 HBM3을 비롯해 5세대 제품 HBM3E에도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HBM3와 HBM3E 테스트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4월에는 HBM3E 8단 및 12단 제품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으며 시장에서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긍정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누적된 문제를 손쉽게 수정 가능할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소식통들은 삼성전자가 HBM 분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더 뒤처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HBM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전쟁은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시작으로 제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미세공정에 특화된 파운드리 기술이 필요한 5세대 12단부터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역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 굴욕'이 다시 부각되면서 이날 주가가 3%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3.07% 하락한 7만5900원, 삼성전자우는 3.72% 떨어진 6만21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세는 간밤 미국 증시가 금리 인하 기대감 저하와 차익실현 매도세 등으로 부진했던 영향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HBM 품질 문제로 엔비디아에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고 밝혔지만 주가 반등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 절대강자지만, HBM 시장에서는 10년 전부터 HBM에 적극 베팅해 온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으며, 3월에는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1일 반도체 사업 수장을 기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는데 이의 배경에도 HBM 문제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따라잡겠다며 네이버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AI 반도체 '마하1'을 두고도 소모적인 잡음이 나오고 있다.
마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클라우드 이동수 이사는 22일 페이스북에 "(마하를) 먼저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이렇게 만들어보자고 기획한 것도 네이버"라며 "(그런데) 네이버 이름도 빠지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이사는 이후 해당 글을 삭제하고 대신 "무조건 어떻게든 잘 풀어보겠다"고 적었다.
마하는 HBM이 필요없는 AI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비해 저렴하고 전력효율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첫 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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