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실시 따른 차액 16억원 지급해야"
'간부사권 취업규칙' 대법 판례 뒤집힌 후 첫 소송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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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저널=서영길 기자] 현대자동차 퇴직 간부들이 회사의 위법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1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가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적법하지 않게 제정했고 이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임금과 수당 지급에 있어 불리하게 처우한 것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사회적 상당성을 이유로 근로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후 제기된 소송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3일 법원에 따르면 현대차 퇴직 간부 권모씨 등 32명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 현대차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실시에 따른 임금 차액 각 2000만원(총 6억4000만원)과 연월차 휴가 수당 등 차액 각 3000만원 및 이자(총9억6000만원)를 각각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총 16억원으로 추후 청구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원고 대리인인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현대차가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요구하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고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한 것은 차별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사측의) 행위에 대해 법리적으로 민사상 불법행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없고 민사상 불법행위로 판단되면 불법파견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는 최대 10년까지 확장될 수 있다”며 “현대차에서 퇴직하거나 재직 중인 간부사원 인원수를 생각하면 소송 결과에 따라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4년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했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월 개근자에게 지급되는 1일의 월차 유급휴가를 제외하고 연차 유급휴가 일수를 연 25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현대차는 전체 간부사원 89%에 해당하는 5958명에게 동의를 받고 취업규칙 변경을 신고했다.

소송을 낸 이들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바꾸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에 따라 '근로자 과반 또는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노조의 동의가 없었고 승급이 예정된 대리 이하 근로자들의 동의도 현대차가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따라 현대차가 2015년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경우도 실제 업무 내용에 차이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원래 받아야 할 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한 것이 강행규정인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1항에 반한다고 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1항은 연령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한 규정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현대차의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무효 취지로 판결한 데 따른 후속 소송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기존에는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례를 다수 내놓은 바 있다.

이같은 판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해 45년 만에 뒤집혔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단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대법원 판례에 이어 이번 소송에서도 현대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현대차에서 퇴직했거나 재직 중인 간부사원들이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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