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지휘명령권 행사 여부에 따라 파견법 적용 여부 갈려
비정규직 노조 "재벌에 불법파견 범죄 면죄부 쥐어준 것"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대법원 선고에 따른 기자회견 및 투쟁선포식을 열고 있다./사진=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대법원 선고에 따른 기자회견 및 투쟁선포식을 열고 있다./사진=연합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현대자동차 1·2차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1차와 2차의 하청 근로자에 대해 각각 다른 판결을 내린 2심의 재판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같은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여도 1차 하청과 2차 하청에 따라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달랐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노조)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은 1차 하청업체는 불법파견, 2차 하청업체는 진성도급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은 1심 선고에서 이미 명확해진 불법파견 판결을 뒤엎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노조원 18명 가운데 15명은 올해 1월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3명은 패소했다.

승소한 15명은 현대차와 직접 계약을 맺은 1차 하청 업체 소속 직원인 반면, 패소한 3명은 현대글로비스 등과 계약을 맺은 2차 하청 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원고 노동자들은 현대차에 2년 넘게 파견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라 현대차와 직접고용 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자신들의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라며 2017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1차 하청사인 사내협력업체 소속 15명은 1·2심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모두 파견 관계를  인정받았다. 

대법원도 작년 10월 현대차·기아 생산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전반적인 공정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게 파견 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의 파견 관계 인정을 두고는 1,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 법원은 3명 중 1명에 대해, 2심 법원은 3명 모두에 대해 근로자 지위를 부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차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이 현대차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차 협력업체들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독자적으로 작업배치권·인사권·근태관리권을 행사한 점, 현대차가 이들의 업무 수행에 관여한 바가 없는 점, 2차 협력업체들이 도급계약의 목적인 '부품물류공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충분한 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던 점 등이 2심 판결의 근거가 됐다.

2차 하청 노동자측은 현대차가 업무상 필요로 제공한 사양식별표, 서열지 등이 지휘·명령 관계의 증거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단순한 정보 공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노조는 “2·3차 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결한 대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기업인들의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던 윤석열 정부가 현대차 재벌에게 면죄부를 쥐여준 정경유착”이라고 정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 판결은) 자본가들이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준 재벌 살리기·노동자 죽이기의 포석”이라며 “현대차 재벌에 불법파견 범죄 면죄부 쥐어주고 비정규직 확대의 길 터준 윤석열 정권과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노조는 비정규직 철폐연대를 구성해 원청인 현대차와 교섭 등을 지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