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AI 기업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첫 사례
韓 정부 "보상 등으로 적법한 이용권한 확보해야" 가이드라인 제시

오픈AI /로이터연합
오픈AI /로이터연합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콘텐츠 제작사들과 인공지능(AI) 기업들간 '저작권 침해'를 둘러싼 법적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28일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매체 뉴욕타임즈(NYT)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기사를 자동화된 챗봇을 훈련하는 데 활용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NYT는 소장에서 "NYT 기사들은 우리가 연간 수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고용한 언론인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이들 회사는 사전 허가나 보상 없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NYT에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밝히지는 않았다.

NYT는 오픈AI, MS와 4월부터 콘텐츠 사용료 지불 계약 관련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사용자의 질문에 인간과 비슷한 콘텐츠를 생성해 답할 수 있는데, 이같은 기술에는 세계 수많은 언론 매체와 콘텐츠 창작자들의 자료가 활용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중인 AI 서비스들은 질적으로 검증된 언론사 등의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학습하는 것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8월 CNN,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등 대형 언론사들이 챗GPT가 학습에 필요한 자사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오픈AI의 크롤링(웹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자동 추출하는 것)을 차단하기도 했다.

언론사 외에 음악회사와 작가 등 여타 저작권자들도 콘텐츠 무단 사용 등의 이유로 AI 회사를 고소하거나 협상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애플이 NBC 등 언론사들과 AI 학습용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 나섰다.

애플은 22일(현지시간) 뉴스 콘텐츠를 통한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주요 언론사 및 출판사에 최소 5000만 달러(약 651억원)의 다년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잡지 보그 등을 발행하는 콘데 나스트, 피플지를 보유한 IAC, NBC뉴스 등이 협상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픈AI는 7월 AP통신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폴리티코, 비즈니스인사이더(BI), 독일의 빌트 등을 소유한 다국적 미디어 그룹 악셀스프링거와도 계약을 맺었다.

독일 악셀스프링거는 오픈AI가 자사 계열사 기사들을 활용해 AI를 훈련하고 질문에도 답할 수 있도록 협력을 약속했다. 양사 간 계약 규모는 매년 수천만 유로 수준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더타임스 등을 소유한 미국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도 AI 기업들과 콘텐츠 사용 등을 두고 협상을 시도 중인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생성형AI의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 AI 선제 대응 등 저작권 정책 비전과 과제를 담은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 발표를 통해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공개했다.

안내서에는 "AI 사업자는 적절한 보상 등의 방법으로 적법한 이용권한을 저작권자들로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저작권자에 대해선 "자신의 저작물이 AI 학습에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약관규정 명시, 로봇 배제표준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적절한 방식으로 명시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문체부는 향후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적법한 보상 시스템과 이용 권한 확보, 창작물 인정 여부에 대한 기준 등을 계속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신문협회도 18일 생성형 AI 기업의 뉴스 무단 학습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생성형 AI의 바람직한 뉴스 이용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신문협회 의견'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제출했다.

협회는 정부와 국회가 생성형 AI의 언론사 콘텐츠 무단 이용과 정당한 권원 없는 상업적 사용이 '공정이용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을 저작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정부는 AI 기업이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언론사 콘텐츠를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를 체결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정책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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